[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업계가 저용량 제제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며 시장 재편에 나섰다. 과거 효능 극대화를 위해 고함량 경쟁에 몰두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특히 복합제 시장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제약사들이 저용량 복합제를 앞세워 1차 치료제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 분야에서 저용량 제품 및 저용량 복합제를 잇달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최근 저용량 3제 복합 고혈압 치료제인 '텔암클로정'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텔암클로정은 텔미사르탄, 암로디핀, 클로르탈리돈 등 세 가지 성분을 결합하되, 각 성분을 단일제 표준 용량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JW신약 역시 환자의 복약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저용량 미녹시딜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 '미녹파즈정' 2.5mg을 선보였다. 기존 5mg 제품을 절반으로 줄여 의료 현장에서 요구해 온 세밀한 용량 조절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대웅바이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글리빅사'의 5mg 저용량 제품을 출시하며 전 함량 라인업을 완성했다. 초기 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증량해야 하는 메만틴 제제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이달 초 피타바스타틴 1mg과 에제티미브 10mg을 결합한 저용량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바로에젯정'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스타틴 용량을 낮춰 부작용 우려가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미약품 또한 대표 브랜드인 '아모잘탄엑스큐'의 저용량 라인업을 강화했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관리하는 4제 복합제의 함량을 세분화해, 저·중등도 위험군 환자까지 처방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전성+효능' 프레임 전환 … 1차 치료제 시장 '게임 체인저' 부상
제약사들이 저용량 제제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성'과 '효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만성질환 약물은 장기 복용이 필수적인데, 용량이 높을수록 치료 효과는 증대되지만 근육통, 두통, 어지러움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함께 커지는 한계가 있다.
저용량 제제는 표준 용량 대비 부작용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조합해 단일제 고용량 투여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혈압·지질 강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복합제의 전략적 변화다. 통상 복합제는 단일 요법으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2차 또는 3차 요법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는 초기부터 저용량 복합제를 투여해 빠르게 목표 수치에 도달하는 치료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저용량 복합제를 통해 '단일제 이후의 처방'이라는 기존 프레임을 깨고, 처음 약물을 복용하는 '1차 치료 시장'부터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고혈압학회 등 주요 진료 지침에서도 치료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복합제 활용을 권고하는 추세여서 제약사들의 저용량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제약사들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정밀 처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저용량 라인업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다약제 복용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약물 상호작용 부하를 줄일 수 있는 저용량 제품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고함량 프레임에서 벗어나 최적 용량과 조기 병용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저용량 복합제 전략이 만성질환 치료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