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안국약품이 차세대 면역관문 표적으로 급부상한 폴리오바이러스 수용체(PVR, CD155)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통적인 케미컬 의약품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만한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PVR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신규 단일클론 항체군(AM9045, AM9047, AM9049 등)의 최적화를 완료하고 이에 대한 특허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PVR은 종양 세포 표면에 과발현돼 면역 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도록 돕는 핵심 면역관문 단백질이다. 위암, 폐암, 유방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발현되며, 발현율이 높을수록 환자의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트렌드 한계 돌파 … 면역세포 깨우는 'PVR 직접 타격'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러한 PVR의 면역 회피 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PVR의 하위 억제 수용체인 'TIGIT'를 차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로슈의 티라골루맙이 비소세포폐암 대상 3상(SKYSCRAPER-01)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는 등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TIGIT 억제제의 한계가 연이어 노출됐다. 종양 세포 표면에 과발현된 PVR이 TIGIT 외에도 'DNAM-1', 'CD96' 등 다른 수용체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면역 억제 신호를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TIGIT를 차단하더라도,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수용체인 DNAM-1가 PVR과 결합하면서 분해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실질적인 T세포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안국약품을 포함한 후발 제약사들은 하위 수신부인 TIGIT 대신 상류 허브인 PVR을 직접 차단하는 방향으로 개발 전략을 선회했다. PVR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하면 TIGIT, CD96 등으로 향하는 다중 억제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고, 파괴되던 DNAM-1의 기능을 온전히 보존하고 표면 발현을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PVR 직접 표적의 임상적 타당성은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항체 개발 바이오기업 넥틴 테라퓨틱스(Nectin Therapeutics)는 자체 개발 중인 PVR 항체 'NTX1088'이 진행성 고형암 환자의 DNAM-1 발현을 임상적으로 복원한 최초의 데이터를 최근 논문 초록 형태로 공개했으며, 이를 현지시간으로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안국약품이 발굴한 항-PVR 항체는 독자적인 스크리닝 및 단백질 공학 기술을 거쳐 나노~피코몰(nM~pM) 수준의 압도적인 물리적 결합 친화도를 확보했다. 특히 해리 상수(KD)가 극도로 낮아 종양 세포의 PVR과 장시간 안정적으로 결합을 유지한다. 선행 임상 물질인 넥틴 테라퓨틱스의 NTX1088과 결합 부위(에피토프)가 겹치지 않아서, 기존 경쟁 약물과 차별화되는 약리학적 특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도출할 수 있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신약으로서 잠재력이 확인됐다.
안국약품이 발굴한 항-PVR 항체는 생체 외(In vitro) 실험 결과도 긍정적이다. 종양 세포에 의해 고갈되던 NK 세포 및 CD8+ T 세포 표면의 DNAM-1 수용체 발현이 완벽하게 회복됐고, 이에 따라 항원 특이적 T 세포 활성화의 직접적 지표이자 종양 사멸 핵심 인자인 인터페론 감마(IFN-γ) 분비량이 급증했다. 복원된 DNAM-1이 면역 세포의 실질적인 종양 살상 능력을 깨운 것이다.
생체 내(In vivo) 동물 실험 단계에서도 강력한 생체 내 항종양 효능이 입증됐다. 인간 면역 시스템(PBMC)과 비소세포폐암(A549) 세포주를 동시에 이식한 인간화 마우스 모델에 안국약품이 발굴한 항-PVR 항체를 투여한 결과, 음성 대조군 대비 최대 42.0%의 종양 성장 억제율(TGI)을 기록하며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다.
나아가 항암 화학요법에 내성이 강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난치성 암종인 삼중음성유방암 동물 모델에서도 유의미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TGI 최대 32.6%)를 나타내며, 광범위한 고형암종을 아우르는 범용 면역항암제로서 가능성을 시사했다.
'케미컬' 꼬리표 뗀다 … 과천 시대 열고 바이오 R&D 가속
안국약품의 이 같은 연구개발 성과는 어진 부회장이 주도한 '2030 뉴비전' 선포 이후 강력한 체질 개선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안국약품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고 이중 및 다중항체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K-헬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24년 과천 지식정보타운 신사옥으로 중앙연구소를 확장 이전하며 물적 인프라를 대폭 확충했다. 기존 구로 연구소 대비 3배 커진 공간에 유세포 분석기 등 첨단 장비와 자체 동물실험 시설을 갖추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피노바이오(ADC), 와이바이오로직스, 머스트바이오(이중항체) 등 유망 바이오 벤처들과 전방위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바이오 신약 분야로 R&D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케미컬 위주의 전통 제약사라는 오랜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안국약품이 면역항암제 분야의 최신 트렌드로 꼽히는 항-PVR 항체로 다국적 제약사들과 경쟁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