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가 최근 폴란드 시장에서 급여 장벽을 넘은 것은 현지 임상의들의 강력한 지지와 요구가 있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렉라자'의 임상적 가치를 먼저 알아하고 정부에 급여화를 촉구한 것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 현지 전문의들이 선정한 '가장 시급한 항암제' 6위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렉라자'는 폴란드 임상종양학회(PTOK)가 지난 3월 발표한 항암 치료제 급여 우선순위 목록인 'TOP 10 ONKO 2026'에서 전체 6위, 폐암 치료제 중에는 2위를 기록했다.
이 목록은 폴란드 종양 전문의들이 임상적 근거와 환자에 대한 실질적 효과를 기준으로 직접 선정한다. 암종을 불문하고 그해 가장 시급하게 급여가 필요한 10대 항암제를 순위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현장 목소리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지표다.
이는 단순히 임상의들의 희망 사항이 아니라 폴란드 보건부에 전달되는 의료 현장의 공식 건의서 역할을 하며, 실제로 목록에 오른 치료제 상당수가 당해 급여 목록에 반영되는 전례를 남겨왔다. 특히 폴란드의 국가 '약물 프로그램'(programy lekowe)에 포함된 항암제는 환자 본인 부담 없이 전액 국가 재정으로 충당된다. 정부가 효능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결과적으로 폴란드에서 '렉라자'의 빠른 급여 진입은 임상의들의 강력한 '러브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셈이다. 보통의 경우엔 제약사가 각국 보건당국을 상대로 승인 관련 절차를 진행하며, 이때 '승인'의 의미는 그 나라 시장에서 경쟁할 기회를 얻는다는 정도로 평가된다.
지난 3월 11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폴란드 보건부 청사에서 카타르지나 카체르치크(Katarzyna Kacperczyk) 폴란드 보건부 차관(오른쪽)과 마테우시 오치코프스키(Mateusz Oczkowski) 의약품 정책국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2026년 4월부터 적용될 16가지 신규 치료제 급여 등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폴란드 보건부)# 보건부 고위 당국자, 기자회견서 '렉라자' 가치 이례적 언급
폴란드에서의 '렉라자' 위상은 정부 당국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1일 열린 신규 급여 목록 발표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지나 카체르치크(Katarzyna Kacperczyk) 보건부 차관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폐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어, 이번 목록에서 폐암 치료제에만 무려 5가지 신규 급여를 결정했다"며 폐암 정복이 국가적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마테우시 오치코프스키(Mateusz Oczkowski) 의약품정책국장은 "우리가 심의한 14개 폐암 치료제 중 5개를 선정했다"며 "그중 두 개는 폴란드 임상의들이 'TOP 10 ONKO 2026'에서 가장 많이 지목한 병용요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건부 고위직이 공식석상에서 특정 병용요법을 직접 언급하며 가치를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 두 병용요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폴란드 의료 전문 매체 뉴스메드(NewsMed.pl)의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뉴스메드는 기자회견 당일 게재한 '4월부터 환자에게 16가지 신규 치료제 제공, 종양학 분야 압도적(16 nowych terapii dla pacjentów od kwietnia 2026. Dominuje onkologia)'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4월 급여 목록에 오른 신규 치료제를 항목별로 정리한 내용을 소개하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 아미반타맙·Amivantamab)' 조합이 포함되어 있음을 전했다.
폴란드 임상종양학회(PTOK)가 지난 3월 발표한 항암 치료제 급여 우선순위 목록 'TOP 10 ONKO' 목록. 폴란드 의료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가 선정한 이 목록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TOP10 중 6위에 올라있다. (사진=폴란드 임상종양학회)# 4월 1일 발효 즉시 처방 확대 기대
이번 급여 등재는 환자군이 세분화되어 명시됐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를 담당하게 된다. 치료 대상이 명확한 만큼 4월 1일 급여 발효 직후부터 실제 처방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폐암재단 '토 시에 레치'(To Się Leczy)의 알렉산드라 빌크(Aleksandra Wilk) 이사는 현지 공영방송 TVN24와의 인터뷰에서 "1차 치료의 강화가 이루어져 환자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게 된 점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단순히 치료 옵션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폴란드 폐암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의 수준 자체가 올라갔다는 평가다.
현장 임상의들의 요구에 정부가 재정 지원으로 화답하면서, 폴란드 내 '렉라자'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해진 상황이다. 독일에 이어 폴란드까지 접수한 '렉라자'가 유럽 전역에서 써 내려갈 다음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