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혔던 '항암 바이러스(Oncolytic Virus)' 요법이 난치성 암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 헬스코리아뉴스 AI 인포그래픽 생성][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한동안 잊혔던 '항암 바이러스(Oncolytic Virus)' 요법이 난치성 암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암 치료의 표준 체계는 1세대 화학·세포독성 항암제, 2세대 표적 항암제, 3세대 면역 항암제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1세대 요법이 먼저 고려되며, 질환의 진행 양상에 따라 2세대와 3세대 요법이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표준 치료도 비웃는 뇌암·췌장암의 높은 벽
문제는 이러한 체계적 표준 치료에도 반응이 저조한 난치성 암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뇌암과 췌장암이 꼽힌다. 이들 암은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워 수술이 가능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진단 이후의 치료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 지금은 전신 독성 부작용으로 악명 높은 1세대 항암제를 투여해 생존 기간을 일부 연장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 '항암 바이러스 요법'이다. '항암 바이러스 요법'은 유전적으로 조작된 자연 바이러스를 활용해 정상 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골라 감염시키는 치료법이다.
#130년 역사의 우여곡절, 기술의 진보로 다시 찾은 기회
사실 이 요법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890년대 미국의 외과의사이자 종양학자인 윌리엄 콜리(William Coley, 1862.01~1936.04)에 의해 바이러스 감염 후 종양이 축소된 사례가 보고되며 처음 개념이 잡혔다. 1950년대에는 실제 야생 바이러스를 환자에게 주입하는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끝에 탄생한 약물이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흑색종 치료제 '임리직(Imlygic, 성분명: 탈리모겐 라헤르파레프벡·talimogene laherparepvec)'이다.
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성과는 미미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선택적 표적화가 어려워 건강한 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독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주입된 바이러스를 체내 면역 체계가 즉각 제거해 암세포에 도달하기도 전에 활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도 있었다.
게다가 바이러스를 조작하는 공정은 기존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유사해 생산 단가가 천문학적이다 보니 환자와 의료진의 선호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FDA 허가를 받고 상업화 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는 '임리직'이 유일하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결합, 난치암 정복의 '게임 체인저'로 재부상
물론 지금도 전반적인 암 치료 성과는 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한층 높아졌다. 고민은 바로 이 대목에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뇌암이나 췌장암 같은 난치성 암의 경우 여전히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그 돌파구를 '항암 바이러스 요법'에서 찾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정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확보됨에 따라 바이러스의 표적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적 환경이 마련된 점이 '항암 바이러스 요법'에 대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항암 바이러스 요법'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함께 지난해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도 췌장암 치료의 유망한 옵션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테리바(Theriva)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VCN-01'이 대표적이다. 'VCN-01'은 췌장암 세포 특유의 RB1 단백질만을 표적하도록 조작된 바이러스다.
테리바 측이 지난해 발표한 2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VCN-01'은 기존 세포독성·화학 항암제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무려 43%나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테리바 측은 3상 임상시험을 위한 규제당국과의 협의를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에서도 효과를 입증한다면, 'VCN-01'은 난치성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