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규제 체계를 구축한 이후,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사용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규제 체계를 구축한 이후,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사용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25년 한 해 동안 유럽의약품청(EMA) 인체의약품위원회(CHMP)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는 총 41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시장의 활력을 증명했다. 2003년 수립된 규제 프레임워크가 임상 환경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화해온 결과다.
■ 세계 최초 규제체계 구축… EMA 중심 '엄격 심사'
EU는 2006년 바이오시밀러를 처음 승인한 이후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왔다. 2003년 마련된 규제 프레임워크는 바이오기술 발전과 임상 환경 변화에 맞춰 여러 차례 개정됐으며, 현재는 유럽의약품청(EMA)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 승인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의 비교성 연구를 통해 품질, 안전성, 유효성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제품별 맞춤형 단계적 평가 방식을 적용해 초기 품질 데이터에 따라 비임상 및 임상시험 범위가 결정되는 구조다.
이 같은 엄격한 심사 체계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신뢰 확보와 시장 확대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 승인 확대·시장 급성장… 2033년 600억 달러 전망
EU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시장 규모는 138억 6400만 달러로 평가되며, 2033년에는 597억 333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7.1% 수준이다.
승인 건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5년 한 해에만 유럽의약품청 산하 인체의약품위원회(CHMP)는 총 41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3개는 골다공증 치료 등에 사용되는 단클론항체 '데노수맙'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한 제품이다.
현재까지 CHMP는 총 181건의 판매허가 신청을 심사해 165개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했다. 시장 성장은 특허 만료 의약품 증가와 함께 만성질환 확대, 의료비 절감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입찰·처방 인센티브… '사용 확대' 정책 핵심
EU에서 바이오시밀러 확산이 빠르게 진행된 배경에는 다양한 정책적 장치가 자리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참조의약품 대비 낮은 가격 설정을 유도하는 가격 연동 정책과 입찰제도가 핵심이다. 특히 네덜란드의 '선호가격 정책'처럼 보험자가 입찰을 통해 우선 사용 제품을 선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의사의 처방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병행된다. 국제일반명(INN) 처방, 처방 목표제, 경제성 기반 처방 의무 등이 도입돼 있으며, 일부 국가는 바이오시밀러 처방 비율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조합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율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국가별 성과 뚜렷… 독일·영국 '고침투' 모델
국가별로는 정책 설계에 따라 채택률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독일·영국 등은 바이오시밀러가 높은 시장 침투율을 보이며 이른바 '고침투 모델' 사례로 꼽힌다.
독일은 재정적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가 최대 8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처방 목표제를 통해 신규 환자의 90%를 바이오시밀러로 유도하고, 기존 환자의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채택률은 약 89%에 달하며, 단일 연도에 1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지역 단위 정책에 따라 채택률 격차가 발생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 여전한 과제 '신뢰 부족'… 국가 간 격차 확대
다만 바이오시밀러 확산에는 여전히 한계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제약 요인은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 부족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사용 경험 부족과 교육 미흡,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채택률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의 경우 일부 바이오시밀러 채택률이 지역별로 0%에서 35.9%까지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이탈리아 역시 지역 간 20% 이상 격차가 나타났다.
■ "바이오시밀러 공백 현실화"… 정책 대응 필요
향후 시장 확대의 변수로는 '바이오시밀러 공백' 문제가 지목된다.
개발 비용 증가와 수익성 문제로 일부 바이오의약품은 특허 만료 이후에도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32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제품 가운데 바이오시밀러가 개발 중인 비율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경쟁 기반 약가 인하 효과가 제한되면서 보건의료 재정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정책·교육·신뢰 구축 병행돼야"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EU는 입찰제도, 처방 인센티브, 스위칭 정책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유도하며 높은 시장 침투율을 달성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의료진과 환자 전반의 신뢰 구축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는 과학적 근거 기반 교육 확대와 임상 경험 공유, 치료 가이드라인의 적시 반영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 접근성 확대와 보건의료 재정 효율화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