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최근 항체 치료제 대신 저분자 합성 의약품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연결한 '저분자 합성 약물 접합체(Small Molecule-Drug Conjugate, SMDC)'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항체는 외부 항원의 자극에 의해 면역계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특정 항원과 결합하는 표적 특이성이 매우 높다. 항체 치료제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기존 저분자 화합물이 표적하지 못했던 질병 타깃을 강력하게 공격하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항체 치료제와 ADC의 한계
하지만 단일 타깃만을 표적하는 방식은 암처럼 병리적 특성이 복잡한 질환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항체 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다. 'ADC'는 항체와 세포 독성 약물을 링커(linker)로 연결해 건강한 세포는 보호하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한다. 이를 통해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런데 'ADC' 역시 한계가 노출됐다. 단백질인 항체를 사용하는 만큼 체내 면역 체계가 이를 외래 병원균으로 인식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투약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이다. 항체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는 특성탓에 혈류에 즉각 전달하여 생체이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맥주사(IV) 방식이 표준인데, IV 제형은 투약에만 수 시간이 소요되어 환자의 불편함이 컸다.
#PDC 거쳐 SMDC로… 한 단계 진화한 약물 전달 기술
업계는 'ADC'의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펩타이드 약물 접합체(Peptide-Drug Conjugate, PDC)'는 항체 대신 펩타이드를 활용해 면역 부작용 우려를 낮췄으며, 피하주사(SC) 제형으로도 높은 생체이용률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SMDC'다. 'SMDC' 역시 'ADC'와 마찬가지로 타깃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국소적으로 전달하는 기전이다. 하지만 주사제 투여 방식에 국한된 항체나 펩타이드와 달리, 경구 투여(먹는 약)가 가능해 환자에게 압도적인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별점이다.
#'엔허투' 성공에 다시 불붙은 SMDC 개발 열기
'SMDC'의 역사는 'ADC'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 2000년 5월, 최초의 'ADC'인 '마일로타그(Mylotarg, 성분명: 젬투주맙 오조가미신·gemtuzumab ozogamicin)'가 등장한 이후, 항체를 대체할 다양한 약물 전달체 중 하나로 저분자 합성물을 활용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됐다. 다만 초창기 '마일로타그'는 표적 선택성이 낮아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와 변별력을 갖추지 못했고, 결국 'ADC'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상징성만 남긴 채 잠시 잊혀졌다. 이에 따라 동반 연구되던 'SMDC' 역시 추진력을 잃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반전의 계기는 2세대 'ADC'인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의 등장이었다. '엔허투'가 효과와 상업성 측면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ADC 시장이 재편되자, 그 연장선상에서 SMDC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상용화의 열쇠, 표적 선택성 확보
관건은 실질적인 상용화 가능성이다. 저분자 화합물은 분자 구조가 작아 암세포막을 쉽게 통과하지만, 항체 대비 표적 선택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다수 단백질의 구조가 유사해 여러 타깃을 동시에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분자 설계가 매우 까다롭고 개발 난이도가 높다.
이 때문에 현재 'SMDC'는 소규모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는 도출되지 않고 있다.
결국 'SMDC'가 'ADC'를 잇는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저분자 특유의 낮은 선택성을 극복할 정밀한 분자 설계와 안정적인 링커 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비록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안전성과 복약 편의성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가진 만큼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