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화기 치료제 시장이 거대한 전환점에 섰다. 지난 30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PPI의 시대가 저물고, 국산 신약들이 주도하는 P-CAB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후발 주자들의 가세로 더욱 뜨거워진 국내 P-CAB 시장의 개발 경쟁과 이러한 현상을 가속하는 P-CAB 제제만의 기전적 혁신을 짚어보고, 일본을 넘어 40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국산 P-CAB 제제의 현주소를 조망했다. [편집자 주]
[上] '놀텍' 일양약품도 참전 … P-CAB으로 기운 소화기 시장 무게추
대한민국 소화기 치료제 시장이 거대한 전환점에 섰다. 지난 30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PPI의 시대가 저물고, 국산 신약들이 주도하는 P-CAB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PPI(양성자 펌프 저해제)에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후발 주자들의 수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상위 제약사뿐 아니라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이 이미 치열해진 가운데, 연매출 400억 원대 블록버스터 PPI 제제인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을 보유한 일양약품까지 P-CAB 개발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양약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CAB 계열 신약 후보 물질 'IY-828026'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미 놀텍이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가진 일양약품이 새로운 기전의 신약 개발에 나선 것은, 향후 소화기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이 P-CAB으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양약품은 IY-828026과 관련한 특허등록 절차도 진행 중인데, 회사 측이 특허청에 제출한 출원명세서에 따르면, IY-828026은 비임상 단계에서부터 기존 PPI 대비 우수한 위산 분비 억제 활성을 나타냈다. 특히 환자군의 50%가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데 필요한 약물의 양을 의미하는 ED50(중간 효과 용량) 값이 PPI보다 크게 낮아서, 기존 약물 대비 훨씬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P-CAB 제제 시장은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제일약품의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등 3개 신약이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국산 P-CAB 신약은 이들 제품이 전부로, 규모가 1조 원에 달하는 국내 소화성 궤양제 시장에서 PPI,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H2RA) 등 기존 약물들의 점유율을 빼앗으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국내 P-CAB 제제 시장은 3000억 원대까지 커진 상태다. 2019년 케이캡 출시 이후 불과 6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인데, 여전히 스위칭이 가능한 잠재적인 시장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해서 일양약품을 비롯한 여러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 시도가 이어지는 추세다.
P-CAB 후발주자 중에서는 대원제약의 행보가 가장 빠르다. 대원제약은 일동제약의 자회사 유노비아로부터 도입한 'DW-4421(성분명: 파도프라잔)'의 3상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ERD)뿐 아니라 비미란성(NERD) 환자까지 타깃을 넓히며 개발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케이캡, 펙수클루, 자큐보가 구축한 3강 체제를 4파전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의 강자 환인제약과 실속 경영의 대명사 휴온스도 P-CAB 경쟁에 참전했다. 환인제약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후보물질 탐색 및 최적화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며, 휴온스는 자사의 P-CAB 후보물질이 테고프라잔보다 우수한 억제 효능을 보였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허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중견·중소사들까지 잇따라 P-CAB 개발에 뛰어드는 현상은 시장의 무게추가 P-CAB 제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과거 PPI가 H2RA를 대체했듯, 이제 P-CAB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다만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이미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고,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와 제일약품의 '자큐보'가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어떤 차별화 전략을 들고나올지가 관건이다. 결국 누가 더 빨리, 더 강력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래 소화기 시장의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40조 원 규모로 평가받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한국 제약사들의 'P-CAB 레이스'는 이제 막 달아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