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유럽 시장에 치중했던 '다품종 소량 생산' 기반의 고가 전략이 지고, 신흥국의 폭발적 수요를 겨냥한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새로운 생존 방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헬스코리아뉴스 /이충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수익 모델이 요동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 치중했던 '다품종 소량 생산' 기반의 고가 전략이 지고, 신흥국 시장의 폭발적 수요를 겨냥한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가 새로운 생존 방정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바이오센트리(Biocentury)'는 최근 산업이 직면한 침체기를 단순한 경기 불황이 아닌, 구조적 변혁 과정으로 진단했다. 특히 한때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았던 희귀질환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부진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 1회 투약으로 완치를 호언했던 '기적의 치료제'들은 현재 초부유층만 향유할 수 있는 '사치품'으로 전락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오센트리는 "구매력만 따진 북미·유럽 중심의 수익 모델이 생산 비용과 접근성을 간과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성공 사례로 꼽혔다. 낮은 단가로 대량 공급하는 '박리다매' 모델은 당초 후발주자들의 점유율 확보 전략으로 치부됐으나, 팬데믹은 이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화이자의 '코미나티'는 2021년 단일 품목 최초로 연 매출 560억 달러(약 82조 원)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대량 생산 모델의 파괴력을 증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는 투자 비용 대비 신약 성과가 급감하는 '에룸의 법칙(Eroom's Law)'이 자리 잡고 있다. 신약 개발 난도가 높아지면서 비용은 치솟는 반면 성공 확률은 낮아지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기업들은 약가 인상으로 대응하려 했으나, 이는 오히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각국 정부의 강력한 약가 억제 정책을 초래하는 도미노 효과를 낳았다.
바이오센트리는 "천문학적인 R&D 비용이 소요되는 고가 의약품 개발에만 매몰되어서는 더 이상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신흥국 중산층 수요 공략을 새로운 '생존 처방'으로 제시하며, 이를 위해 표준화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플랫폼 기술' 구축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