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존슨앤존슨이 1월 7일(한국시간)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텍베일리(TECVAYLI, 왼쪽)와 다잘렉스(DARZALEX) 병용요법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신청 절차에 들어갔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이 1월 7일(한국시간) 자사의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 MM) 치료제 텍베일리(TECVAYLI)와 다잘렉스(DARZALEX) 병용요법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신청 절차에 들어갔다. 재발·불응성 다발성골수종(Relapsed/Refractory Multiple Myeloma, RRMM)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두 치료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J&J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동일한 병용요법에 대한 승인을 신청했다. FDA와 EMA에서 모두 승인을 받을 경우, 다발성 골수종 치료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상 3상 'MajesTEC-3'로 확인된 병용요법 효과
성공적인 'MajesTEC-3' 임상 3상 결과를 전하는 존슨앤존슨 보도자료.이번 승인 신청의 핵심 근거는 'MajesTEC-3' 임상 3상 결과다. 이 임상에서 텍베일리와 다잘렉스 병용요법은 기존 다잘렉스 기반 표준 치료와 비교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80% 이상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역시 병용요법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연장됐으며, 치료 반응은 더 빠르고 깊게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2차 치료 단계 환자군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돼, 기존에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이후에야 사용되던 텍베일리를 더 이른 치료 단계에서 병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중증 이상반응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효과 개선 폭이 부작용 위험을 상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BCMA와 CD38 동시 겨냥한 이중 표적 전략
텍베일리와 다잘렉스는 다발성 골수종 암세포가 공통적으로 발현하는 표면 단백질을 정밀하게 겨냥한다. 다발성 골수종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BCMA와 CD38 단백질을 높은 수준으로 발현한다.
BCMA는 형질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골수종 세포에 특히 많이 나타나는 표적이며, CD38은 골수종 세포 표면에 널리 분포해 암세포 제거와 면역 반응 조절에 관여한다. 텍베일리는 BCMA를 인식해 T세포와 골수종 세포를 연결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고, 다잘렉스는 CD38을 표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동시에 면역 억제 환경을 완화해 항암 면역 반응을 강화한다.
존슨앤존슨은 이러한 서로 보완적인 작용 기전이 단독요법보다 더 이른 치료 단계에서 깊고 지속적인 치료 반응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다발성 골수종이란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암으로 변해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빈혈과 감염 위험 증가, 뼈 손상, 신장 기능 저하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완치보다는 장기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60대 이후 발병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 비중이 커진다. 해외에서는 전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 미국 방송인 톰 브로코우 등이 다발성 골수종을 앓았던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적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고령화 흐름 속 커지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시장
존슨앤존슨의 이번 행보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다발성 골수종 환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GLOBOCAN 2022 보고서와 미국 암학회(ACS)의 최신 자료 등에 따르면 다발성골수종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8만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에는 약 18만 8000명, 2023년에는 약 17만 6000명~18만 명이 신규 진단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2025년 한 해에만 약 3만 611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신규 발생은 약 1747건이었으나, 최근 30년 사이 발생률이 약 20배 가까이 증가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세계 보건 기구(WHO)와 관련 연구 기관(GLOBOCAN)은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5년까지 발생 건수는 약 71%, 사망자 수는 약 79%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발성골수종은 과거 '희귀암'으로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3대 혈액암'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비중이 커졌다. 이 때문에 관련 치료제 시장도 매년 6%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75억 달러(한화 약 39조 원)에서 330억 달러(한화 약 48조 원) 규모를 형성했다. 이 시장은 2030~2032년까지 약 440억 달러(한화 약 6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크게 3가지다. ▲CAR-T 및 이중항체와 같은 신약 승인의 가속화 ▲고가 표적치료제의 전진 배치(First-line Expansion) ▲생존율 향상에 따른 장기 치료 등을 들 수 있다.
'2차 치료 병용'으로 치료 시기 앞당기기
존슨앤존슨이 텍베일리+다잘렉스 병용요법에 대해 EMA 승인 신청 절차에 들어갔다는 해외 언론 보도 내용.J&J의 이번 병용요법 승인 신청은 환자가 더 빠르고 이른 시점에 치료를 받게 해 매출 기반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른바 고가 표적치료제의 전진 배치(First-line Expansion) 전략이다.
텍베일리는 강력한 면역항암 효과를 가진 BCMA 표적 이중항체로, 그동안은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이후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잘렉스와의 병용요법이 승인될 경우, 텍베일리를 2차 치료 단계부터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곧 치료 대상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단독요법으로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게만 쓰이던 약을, 병용요법을 통해 더 이른 시점에 투여할 수 있다면 처방 규모와 매출 규모는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이들 약물은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의 복잡한 의료 보험 체계 때문에 환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보험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2025~2026년 기준, 미국 내 환자 부담금(Out-of-Pocket)을 보험적용 전 고시가격(List Price / WAC)으로 보면, 그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다잘렉스(Darzalex)는 제형과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보통 1회 투여당 약 7000달러~1만 달러(약 1014만 원~1500만 원) 수준이다. 첫 달에는 매주 투여하므로 초기 비용부담은 더욱 크다. 텍베일리(Tecvayli)는 이중항체 신약으로 더욱 고가이다. 연간 치료 비용이 약 46만 달러(약 6억 600만 원)를 상회하며, 1회 투여분(Vial) 가격은 약 2만 달러(약 2900만 원) 안팎이다.
다만, 보험 가입 유무와 유형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가령 메디케어 가입자(Medicare - 65세 이상 노인)가 고가약을 처방받을 경우 2025년부터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덕분에 그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2025년부터 메디케어 파트 D(처방약 보험) 가입자의 연간 본인 부담금 상한액은 2000달러(약 200만 원)로 제한된다. 과거에는 수천만 원을 내야 했던 환자들도, 이제는 일 년에 아무리 비싼 약을 많이 써도 최대 2000달러만 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약사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차액은 보험사가 지불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존슨앤존슨, 글로벌 표준 선점 노리는 듯
이런 흐름 속에서 존슨앤존슨이 FDA와 EMA에 해당 병용요법의 승인을 신청한 것은, 다발성 골수종 치료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다잘렉스는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존 조합만으로는 치료 효과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텍베일리를 병용해 더 이른 치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존슨앤존슨은 기존 시장을 방어하는 동시에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하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FDA와 EMA에 대한 이번 승인 신청은 단순한 적응증 추가를 넘어, 병용요법을 통해 다발성 골수종 치료의 기준을 선점하고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국내 시장에도 중장기적 영향 가능성
다발성 골수종 치료의 전반적인 흐름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 치료 방식은 재발 이후 단계별로 약을 바꿔가며 쓰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능한 한 이른 단계에서 강력한 반응과 장기 무진행 생존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병용 면역치료가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만약 이번 병용요법이 FDA와 EMA의 승인을 모두 받게 된다면 한국 환자들에게도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이미 텍베일리가 상당히 병증이 진행된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으로 허가돼 있지만, 글로벌 규제기관에서 병용요법이 표준 치료로 인정될 경우 국내 적응증 확대나 보험 적용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