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의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기존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대비 우울증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계열 약물 모두 장기 처방이 많이 이뤄지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가 처방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김성환(정신건강의학과), 인천성모병원 김준성(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PPI와 테고프라잔 사용에 따른 우울증 위험: 전국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위산 분비 억제제를 처방받은 성인 환자 약 61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단일 국가 코호트 연구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분석이다.
연구 결과는 케이캡의 압승이다. 기존 위산 분비 억제제 시장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오메프라졸, 판토프라졸, 란소프라졸, 라베프라졸, 에소메프라졸 등 5종류의 PPI 제제 투여군은 케이캡 투여군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연령과 성별, 기저질환 등을 보정한 상태에서 모든 PPI 복용군의 우울증 발생 위험비(aOR)는 케이캡 복용군 대비 1.34배 높았다. 즉, PPI를 복용한 환자가 케이캡을 복용한 환자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34% 더 높다는 의미다.
성분별 분석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란소프라졸은 케이캡 대비 우울증 발병 위험이 무려 1.8배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판토프라졸(1.42배), 에소메프라졸(1.32배), 라베프라졸(1.22), 오메프라졸(1.15) 순으로 위험도가 높았다.
케이캡은 PPI 중 가장 위험도가 낮은 오메프라졸(1.15배)과 비교해서도 우울증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차이를 넘어, 약물의 작용 기전 차이에서 비롯된 구조적 결과라는 설명이다.
교수팀에 따르면, PPI는 비가역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이 때문에 장기간 복용 시 강력한 산 억제로 인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을 유발하기 쉽다. 이렇게 변화된 장내 환경은 미주 신경을 통해 뇌의 기분 조절 중추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미생물-장-뇌 축'의 교란을 가져온다.
또한, PPI가 혈뇌 장벽을 통과하여 뇌 내 β-아밀로이드 수치의 제거를 감소시켜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거나, PPI로 인해 증가한 혈청 가스트린이 중추신경계에 발현되는 콜레시스토키닌 B형 수용체를 자극해 불안, 섭식 및 운동에 더욱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달리, P-CAB 약물인 케이캡은 칼륨 이온과 경쟁적으로 결합하는 가역적 기전을 가진다. 약효가 빠르면서도 대사 경로가 달라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PPI보다 적다.
교수팀은 "이번 연구는 P-CAB과 PPI 제제 간의 우울증 발생률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연구에는 케이캡이라는 단 하나의 P-CAB 약물만 포함된 만큼, 연구 결과를 모든 P-CAB 약물 계열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케이캡', 누적 매출 1조 눈앞 … 유지요법 시장 공략 '탄력'
HK이노엔 입장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의 핵심은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유지 요법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유지 요법은 수개월 이상 장기 복용이 필수적이어서 우울증 등 부작용 우려는 처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내 원외처방 시장에서 소화성 궤양용제 부문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케이캡은 이번 안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 처방 시장까지 장악할 명분을 얻게 됐다.
특히 케이캡은 최근 미국 임상 3상에서 미란성 식도염 유지 요법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며 FDA 허가 신청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북미 시장은 정신건강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이번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케이캡은 출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처방액 9022억 원을 기록하며 국산 신약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