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시알리스'[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발기부전 치료제로 잘 알려진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시알리스'(Cialis, 성분명: 타다라필·tadalafil)가 파킨슨병 치료제라는 뜻밖의 변신을 시도한다.
유럽 의약품청(EMA)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병원(Amsterdam UMC)은 지난 5일(현지 시간), 초기 파킨슨병 환자 중 약물 치료를 받은 적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알리스'를 평가하는 내용의 연구자 임상시험을 허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알리스'는 포스포디에스터라제 5형(PDE5) 억제제로, 사이클릭 구아노신 일인산(cGMP)의 분해를 촉진하는 PDE5를 억제하여 음경의 평활근을 이완시키고 혈관을 확장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이러한 기전을 토대로 이 약물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방광 및 전립선 주변의 혈류 또한 개선하여 전립선 비대증의 배뇨 증상 완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암스테르담 대학병원은 도파민 세포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퇴행성 중추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을 치료하는데, '시알리스'를 이용하는 임상을 추진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의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따라서 도파민 작용제 투약이 주요 치료 전략이지만, 도파민 작용제가 갖는 여러 한계와 부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치료 옵션이 시급한 상황이다.
도파민 작용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 복용할수록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어 복용 간격 사이에 운동 증상이 악화되는 '오프 에피소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오프 에피소드는 환자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파킨슨병 치료의 표준 전략은 도파민 작용제 복용 시기를 최대한 늦춰 오프 에피소드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PDE5 억제제인 '시알리스'가 그 대안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도파민 세포 손상을 '시알리스'의 PDE5 억제 기전을 통해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상의 출발점은 데이터 분석 도중 우연히 포착된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 코호트 데이터를 사후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알리스' 복용 환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패턴이 관찰된 것이다.
미국 침례 건강 임상연구센터(BHCCR) 소속 데이비드 헨리(David Henry) 박사는 파킨슨병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를 재분석하던 중, '시알리스' 복용군의 파킨슨병 발병률이 대조군 대비 약 60%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헨리 박사는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여 2024년 국제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투고했다.
다만 해당 연구는 약물의 유효성과 파킨슨병 발병 간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이 관찰된다는 상관관계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암스테르담 대학병원 측은 이러한 관찰 결과가 실제 치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이번 임상시험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시알리스'의 파킨슨병 임상시험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파킨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한층 더 개선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