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 청담사옥 [사진=동국제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매출 1조 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동국제약이 비뇨기과 시장 공략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일반의약품(OTC) 시장에서 '카리토포텐'으로 전립선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세계 최초 성분 조합의 전문의약품(ETC)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유레스코정'을 내놓았다. 비뇨기 질환 '토털 헬스케어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국제약은 최근 전립선비대증 복합제 유레스코정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 약물은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두타스테리드 0.5mg과 발기부전 치료 및 배뇨 개선 효과가 있는 타다라필 5mg을 결합한 개량신약이다.
기존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표준 요법인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5-ARI)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데 탁월하지만, 성욕 감퇴나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관련 이상반응이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알파 차단제와 5-ARI를 섞은 GSK의 '듀오다트' 역시 사정 장애 등의 부작용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동국제약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유레스코정은 타다라필을 통해 두타스테리드의 성기능 저하 부작용을 약리학적으로 상쇄하면서, 하부 요로 증상(LUTS) 개선 효과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국내 19개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유레스코정은 단일제 대비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 개선 효과가 우월했으며, 특히 성기능 관련 지표에서 뚜렷한 이점을 보였다.
유레스코정이 단순한 질환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QoL)'을 보존하는 프리미엄 치료제로서 포지셔닝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유레스코정 임상 3상을 총괄한 김청수 이대목동병원 전립선암센터장은 유레스코정 출시와 관련해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던 환자들에게 강력한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등재 실패에 따른 비급여 핸디캡 극복은 동국제약이 풀어야 할 숙제다. 유레스코정은 복합 성분 중 하나인 타다라필이 발기부전 치료제로 분류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레스코정의 약가는 정당 약 1300원 선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급여 적용을 받는 경쟁 약물인 듀오다트(상한금액 1499원, 환자 본인부담금 30% 적용 시 약 450원)와 비교하면 환자의 체감 비용 부담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동국제약은 이를 가성비와 편의성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두타스테리드 단일제와 타다라필 5mg을 각각 비급여로 처방받아 복용할 경우 비용이 훨씬 비싸질 수 있다. 1300원이라는 가격은 '성기능 보존'을 원하는 환자층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분석이다.
동국제약의 이번 행보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전략 때문이다.
동국제약은 이미 생약 성분의 전립선비대증 개선제 카리토포텐을 통해 초기 증상 환자들을 약국으로 끌어들이며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초기 환자는 카리토포텐으로, 증상이 심화한 환자는 유레스코정으로 커버하는 시너지 전략이다.
다른 제약사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도 영리한 수로 꼽힌다. 동국제약은 유레스코정 개발 단계부터 동아에스티(듀타나), 신풍제약(아보시알), 동구바이오제약(유로가드) 등 3개 제약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동국제약이 생산한 쌍둥이 약을 각 회사의 영업망에 얹어 시장 파이 확대로 이어지게 하는 공식으로, 경쟁사가 많이 팔수록 동국제약의 수탁(CMO) 매출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약은 유레스코정의 내수 시장 안착과 함께 글로벌 전립선비대증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내의 경우, 비급여 약점을 극복하면 비뇨기 시장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