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의사가 할 일과 의사를 길러내는 의학 교육 역시 그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영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주임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을 위한 의학 교육의 방향'을 의료정책연구원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최근 기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래 의사는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내놓은 결과를 임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인간적 판단 능력과 책임 역시 갖추어야 한다. 그는 이 같은 성찰을 바탕으로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과 교수, 의료 AI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와 연구를 수행, 의대 졸업생에게 요구되는 의료 AI 역량 체계를 도출했다.
'Lee's 의료 AI 역량 프레임워크'로 이름 붙은 이 체계에는 △디지털 헬스 이해, △AI 기본 원리,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 이해력), △임상 적용 능력, △윤리·법적 감수성, △AI 연구·개발 기초 역량 등 6개 영역이 있다. 이 영역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가 제시하는 AI 시대 의학 교육의 핵심 방향성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이 여섯 가지 역량은 단순한 기술적 스킬이 아니다"며, "의료의 본질적 역할 즉, 신뢰·책임성·환자 중심성을 AI와 함께 재해석하는 데 필요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AI 교육은 기존 의학 교육과 분리된 것이 아닌 통합된 것이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예로 인공지능 영상 진단 원리는 기초 및 임상의학과 연계되고, AI가 제공한 정보를 환자와 공유의사결정에 활용하거나 윤리적 책임에 대하여 논의할 때는 임상의학·의료인문학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윤리 교육 역시 의학 교육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다. 하지만 단순한 AI 윤리 강의를 개설하는 것보다는 관련 논의를 의학 교육 전반에 걸쳐 이루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AI 편향, 설명가능성,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쟁점이 계속 출현할 것"이라며, "이는 단독 과목이 아니라 타 과정, 보건의료 맥락 하에 임상사례를 바탕으로 성찰과 토론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 평가 역시 단순한 시험이 아닌 학생의 의료 AI 역량을 잘 측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단순 지식 시험을 넘어 AI 출력 해석, 임상에 제공하는 솔루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사례기반의 측정평가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도입이 의료의 인간적 요소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가 할 일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는 이 교수 시각은 주목할 만하다. 의료 AI가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담당할수록, 의사는 복잡한 상황에서의 판단과 책임,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공감과 존중, 다양한 직종과의 협력과 소통 등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된다. 결국 AI 시대 의학 교육의 방향은 기술 경쟁력이 아니라 인간 역량의 강화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의사에게 특히 더 강하게 요구 되는 것은 의료인의 인간적 측면"이라며, "AI라는 기술은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접점에서 요구되는 인간적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