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갑상선 안병증(TED) 치료제 시장에 또 하나의 신약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다면 사상 두 번째 TED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비리디언 테라퓨틱스(Viridian Therapeutics)의 TED 치료제 후보물질 '벨리그로투그'(veligrotug)의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서(BLA)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FDA는 '벨리그로투그'를 우선심사품목으로 지정하며 빠른 심사를 예고했다. '벨리그로투그'의 허가 심사 기간은 2026년 6월 30일(현지 시간)까지로,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 중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벨리그로투그'의 대상 질환인 TED은 갑상선 관련 자가면역질환이다.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안와(머리뼈 속 안구가 들어가는 공간)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서 안구 돌출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TED에 대한 치료법은 면역 억제제 혹은 스테로이드 제제를 통해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제제는 부작용 위험이 높아 권장되는 요법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나온 약물이 미국 암젠(Amgen)의 IGF-1 억제제 '테페자'(Tepezza, 성분명: 테프로투무맙·teprotumumab)다. '테페자'는 2020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상 첫번째 TED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 약물은 뼈와 조직의 성장을 촉진하는 IGF-1를 억제하여 TED를 치료하는 기전이다.
이번에 허가 심사가 접수된 '벨리그로투그' 역시 IGF-1 억제제다. 따라서 '벨리그로투그'도 FDA 허가를 취득한다면 TED 치료는 IGF-1 억제제가 표준 요법을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테페자'나 '벨리그로투그'와 같은 IGF-1 억제제는 청력 부작용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IGF-1 수용체가 청각 기관에서도 발현되는터라, IGF-1 억제제를 투약할 경우 청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8월 미국에서 '테페자' 투약 이후 청력 손실 사례가 밝혀지면서 미국 FDA는 청력 손실을 알리는 경고문구 부착을 명령한 바 있다.
그럼에도 환자들이 IGF-1 억제제를 처방받고 있는 것은 현재 TED 치료에서 IGF-1 억제제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테페자'는 2024년에 무려 19억 달러(한화 약 2조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의료 현장 역시 IGF-1 억제제 투약을 피하기보다 약물 사용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관리에 치료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약 '벨리그로투그'가 허가될 경우, 환자들은 비슷한 안전성 관리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주목받았던 약물이 바로 한올바이오파마의 FcRn 항체 약물 파이프라인 '바토클리맙'(batoclimab, IMVT-1401)과 'IMVT-1402'이었다. FcRn 항체 약물은 IGF-1 억제제와 달리 타깃의 활성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청력 손실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낮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최근 변수가 생기면서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바토클리맙'과 'IMVT-1402'의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이뮤노반트가 올해 12월 10일(현지 시간), 공시를 통해 '바토클리맙'의 개발을 일시 보류하고, 권리 반환에 대해 한올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다.
해당 소식은 '바토클리맙'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크게 뒤흔들었다. 이뮤노반트는 대신 'IMVT-1402'의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TED 3상 완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바토클리맙'의 개발이 엎어진 만큼, 새로 제시된 개발 로드맵에 대한 신뢰는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