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자가면역질환에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부상한 FcRn 항체 치료제. 하지만 갑상선과 관련된 질환에서는 힘을 못 쓰면서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FcRn은 혈액 내에서 면역글로불린G(IgG: 병원체 제거 단백질) 반감기를 연장시키는 단백질이다. 면역 반응을 조절하며, 태반을 통과해 모체에서 태아로 IgG를 전달하는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을 겨냥하며 고안된 약물이 FcRn 항체 치료제다. FcRn 항체 치료제는 FcRn의 활성을 저해하고, 이를 통해 IgG의 반감기를 단축시켜 과도한 IgG 활성으로 인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은 IgG 과발현이 주요 특징인터라 FcRn 항체 치료제는 이 질환 분야에서 일명 '만능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가령 전신성 홍반 루푸스(SLE), 류머티스 관절염, 중증 근무력증 등 자가면역 질환 환자는 높은 수준의 IgG 발현이 특징 중 하나이다.
특히 갑상선 관련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FcRn 항체 치료제는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증상 완화에 그치는 기존 치료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하나둘씩 관련 임상시험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미국 이뮤노반트(Immunovant)에 건넨 FcRn 항체 약물 후보물질 '바토클리맙'(batoclimab, 코드명: IMVT-1401)이 대표적인 예다.
'바토클리맙'이 겨냥했던 질환 중 하나인 갑상선 안병증(TED)은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안와(머리뼈 속 안구가 들어가는 공간) 조직에 염증이 초래되어 안구돌출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현재 유일하게 TED 치료제로 허가된 의약품은 IGF-1 억제제 '테페자'(Tepezza, 성분명: 테프로투무맙·teprotumumab)다. 2020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은 바 있다.
이 약물은 뼈와 조직의 성장을 촉진하는 IGF-1을 억제하여 TED를 치료하는 기전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전이 청력 손실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FDA는 2023년 7월 청력 손실을 알리는 경고문을 제품 사용설명서에 추가했다.
'바토클리맙'은 '테페자'와 달리 타깃의 활성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TED의 충족되지 못한 의료 수요를 단번에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나 지난 2021년 2월 '바토클리맙'의 TED 2상(시험명: ASCEND-GO 2) 결과, 투약 환자들에서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등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보이자 해당 2상은 중단된 바 있다. 다만, 당시 중단된 임상은 여러 건의 TED 2상 중 하나로, 이뮤노반트는 이후 2건의 3상 임상을 진행, 이중 1건에 대한 임상을 최근 종료한 바 있다.
(참고로 '바토클리맙'의 여러 임상을 진행하던 이뮤노반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바토클리맙'의 개발을 일시 보류하고, 권리 반환에 대해 한올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바토클리맙'의 TED 3상에서 '테페자' 대비 더 높은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관련 부작용의 효과적 관리 입증 등 부담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 아르젠엑스(Argenx)의 FcRn 항체 치료제 '비브가르트'(Vyvgart, 성분명: 에프가르티지모드·efgartigimod)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비브가르트'가 TED 3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밝히며 임상을 종료한 바 있다.
갑상선 관련 질환서 입증되지 못한 치료 유효성
FcRn 항체 치료제가 갑상선 관련 자가면역질환에서 잇따라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이 질환의 발병 기전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이다.
갑상선 관련 자가면역질환의 일차 원인으로는 IgG가 거론된다. 하지만 IgG 수치만으로 질환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단계를 거쳐 질환이 발생한다.
가령, 갑상선 관련 자가면역질환은 IgG가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수용체에 과도하게 작용해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IgG 자체가 직접적인 유발 원인은 아니다.
따라서 '바토클리맙'이나 '비브가르트'를 투약했을 때 체내 IgG 수치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갑상선 관련 질환의 치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위적인 IgG 감소가 부작용 위험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비브가르트'의 허가된 적응증이 IgG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가면역질환인 중증 근무력증(MG)과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CIDP)에 국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올바이오파마가 이뮤노반트에게 건넨 또 다른 FcRn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인 'IMVT-1402'도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뮤노반트는 현재 'IMVT-1402'도 갑상선 관련 질환인 그레이브스병(GD)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뮤노반트는 'IMVT-1402'를 MG 및 CIDP에서도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 적응증들은 동일 계열의 약물인 '비브가르트'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영역으로, 'IMVT-1402'가 큰 차별점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