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36호 신약이자 대웅제약이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제2형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정(ENVLO, 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enavogliflozin)'이 인슐린 투여만으로는 혈당 조절이 어려운 장기 유병 당뇨병 환자들에게서도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에서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우월한 효능을 입증한 가운데, 인슐린 투여 환자의 부가요법 데이터까지 추가로 확보하며 중증 당뇨병 환자 치료의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러한 연구 결과를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학술지인 'DMJ(Diabetes & Metabolism Journal)'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엔블로정의 인슐린 병용요법 3상 임상시험에 관한 것이다. 지난 2022년 11월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지난해 9월까지 약 2년간 한국과 태국의 다기관에서 진행한 이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항고혈당제를 병용하거나 병용하지 않은 인슐린에 대한 부가요법으로서 엔블로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인슐린 단독 또는 인슐린과 경구용 혈당강하제(OAD)를 병용하고 있음에도 당화혈색소(HbA1c)가 7.5%~10.5%로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24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한 결과, 엔블로정 0.3mg 투여군은 24주 시점에서 위약군 대비 당화혈색소를 0.92%(p<0.001) 더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여 6주 차부터 급격한 혈당 감소 효과가 관찰돼 24주까지 지속하는 양상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공복 혈당(FPG)의 변화다. 엔블로정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공복 혈당을 32.4mg/dL 더 낮췄는데, 이는 야간 및 공복 시 혈당 조절이 필수적인 인슐린 투여 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로 해석된다.
또한, 당화혈색소 7.0% 미만 도달률에서도 엔블로정 투여군은 16.0%를 기록해 위약군(3.4%) 대비 5.6배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
엔블로정은 인슐린 치료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체중 증가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효과를 나타냈다. 인슐린을 투여하면 체내 포도당 흡수가 촉진돼 중성지방이 늘어나면서 체중이 증가한다. 이번 연구에서 인슐린과 엔블로정 병용 투여군은 인슐린 단독 투여군 대비 체중이 1.3kg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수축기 혈압도 4.8mmHg 줄어들어 대사증후군 지표 전반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엔블로정은 인슐린과 병용 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인 저혈당 발생률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증상성 저혈당 발생률은 엔블로정 투여군 17.5%, 위약군 15.8%로 통계적 차이가 없었고, 중증 저혈당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SGLT-2 억제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생식기 감염 역시 3.3%로 위약군(2.5%)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후발 주자인 엔블로정이 이처럼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들을 위협하는 연구 데이터를 얻어내는 배경에는 차별화된 기전이 있다.
SGLT-2 활성을 절반 수준으로 억제하는 데 필요한 약물 농도(IC50)는 엔블로정이 0.8nM, 다파글리플로진 1.6nM, 이프라글리플로진 8.9nM로, 엔블로정이 압도적으로 낮다. 그만큼 적은 용량으로도 SLGT-2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엔블로정의 주성분 용량은 0.3mg으로, 기존 SGLT-2 억제제의 30분의 1 이하에 불과하다.
특히 신장 조직 내 약물 분포도가 높고 반감기가 길어, 24시간 동안 안정적인 혈당 강하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엔블로정 투여군은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포도당의 양을 평가하는 '소변 포도당 크레아티닌 비율(UGCR)'이 급격히 증가하며 혈당이 빠르게 안정됐다.
연구진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엔블로정이 인슐린 단독 또는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병용 투여로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추가 치료 옵션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웅제약은 오는 2030년까지 엔블로정을 포함한 신약 매출 비중을 대폭 늘려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1품 1조' 전략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엔블로정의 중남미와 아세안(ASEAN) 지역 수출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