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이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인 중국에서 자체 개발 신약으로 '연타석 출루'를 예고했다. 국산 34호 신약이자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이 현지 보건당국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지 불과 2달여 만에 국산 36호 신약이자 당뇨병 치료제인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이 현지 허가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최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산하 의약품심사평가센터(CDE)에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에 대한 신약 시판 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했다. CDE는 지난달 15일 대웅제약의 NDA를 접수하고 심사에 착수했다.
이번 신청은 해외에서 이미 시판 허가된 신약을 중국 내로 도입하는 '수입 의약품' 및 '화학 의약품' 분류에 따라 진행됐다. 대웅제약 본사와 베이징 R&D 센터가 공동 신청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 심사 대기(排队待审评) 상태로 전환돼 본격적인 규제 검토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NDA 제출로 대웅제약은 중국 시장에서 이중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대웅제약은 지난 9월, 약 2년여의 심사 끝에 펙수클루정의 중국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대륙 진출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는데,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곧바로 엔블로정의 허가 절차에 나선 것이다. 이는 중국 시장을 글로벌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엔블로정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SLGT-2 억제제 계열 신약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기존 약물 대비 30분의 1 수준인 0.3mg의 적은 용량으로도 동등 이상의 혈당 강하 효과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제 크기가 작아 목 넘김이 편하다는 점은 고령 환자가 많은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당뇨병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의 당뇨병 환자는 약 1억 4000만 명에 달하며, 시장 규모 역시 수조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당뇨병 치료 트렌드가 전통적인 약물에서 심혈관 보호 및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SGLT-2 억제제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어, 엔블로정의 시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다.
대웅제약의 이번 엔블로정 허가 신청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9월 펙수클루정의 중국 허가 획득으로 입증된 대웅제약의 규제 대응 역량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정 허가 과정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 CDE의 심사 기준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며 현지 규제 당국과의 신뢰를 구축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엔블로정의 중국 내 심사 기간은 펙스클루정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짧은 약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엔블로정의 경우, 아직 현지 파트너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웅제약이 중국 양쯔강의약그룹과 손을 잡고 펙수클루정의 상업화를 준비 중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엔블로정 허가 획득 후 양쯔강의약그룹이나 다른 현지 제약사와 파트너십 계약이 체결될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약품 시장은 자국 산업 보호 기조와 까다로운 규제로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며 "대웅제약이 펙수클루정 허가 직후 엔블로정의 NDA를 접수한 것은 중국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치밀한 준비 태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이번 엔블로정의 중국 NDA 제출과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자 대웅제약 측에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대웅제약은 엔블로정의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최근 파트너사 M8과 협력해 기존 브라질·멕시코에 더해 중남미 8개국(에콰도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니카라과, 온두라스,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과의 수출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며 중남미 10개국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했다.
앞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으로 진출 지역을 넓혀 1품 1조 목표 달성과 함께 글로벌 리딩 제약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