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GLP-1 작용 계열 비만 치료제가 현재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NLRP3 억제제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GLP-1은 음식물이 위를 통과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체내 호르몬이다. GLP-1 작용제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활용해 다양한 대사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로, 현재 비만 치료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GLP-1 작용제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와 ▲미국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다.
그러나 비만치료에 사용하는 GLP-1 작용제는 그 한계도 분명하다.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인해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손실까지 초래한다는 점이다.
업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령 우리나라 한미약품은 에너지 소비 방식을 조절하는 CRF2 수용체에 작용해 근손실은 막고 체중 감량만 유도하는 CRF2 작용제 후보물질 'HM17321'의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다른 근손실 방지 비만 치료제로는 NLRP3 억제제가 꼽힌다. 이 약물의 타깃인 NLRP3은 체내 감염, 조직 손상, 과잉 영양, 산화 스트레스 등 다양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 인터루킨(IL)-1b 및 IL-18의 생성을 촉진하는 일종의 면역 세포다.
따라서 그간 NLRP3는 면역 반응의 조절을 통해 자가면역질환 또는 암질환 치료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되었다. 그런데 지난 2024년 2월 영국 노드테라(NodThera)의 NLRP3 억제제 'NT-0796'의 비임상 실험 결과가 공개되면서 비만 치료제로서 새로운 가능성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英 노드테라, 근육 손실 없는 비만치료제 'NT-0796' 개발 중
해당 실험은 고지방 식이 유도 생쥐를 대상으로 'NT-0796' 1일 3회 경구 투약과 '위고비' 1일 1회 주사 투약의 효과를 비교 평가한 것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투약 28일차에 'NT-0796' 생쥐는 체중이 약 19% 감소했고, '위고비' 생쥐는 약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NT-0796'의 체중 감량 효과는 '위고비'에 버금가는 것으로, 단순히 체중 감소 수치만 놓고 보면 크게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NT-0796' 투약 생쥐는 근손실이 거의 없었던 반면, '위고비' 투약 생쥐는 체중 감소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근손실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NT-0796'의 체중 감량 효과는 그 작용 기전인 NLRP3 억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LRP3 억제를 통해 지방세포 내 염증 반응이 감소하면, 지방 대사 기능이 회복되어 축적을 억제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만큼, 근손실과 무관한 셈이다.
물론 과도한 염증 반응이 지방세포의 대사 기능을 방해하고 체내 지방을 축적한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염증 반응을 줄이는 것만으로 극적인 체중 감소가 나타난 사례는 그간 보고되지 않았는데, 'NT-0796'가 이를 증명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 것이다.
노드테라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올해 5월과 10월 2건의 'NT-0796' 2상 임상시험에 착수하며 약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2상들의 중간분석 데이터는 2026년 경 도출 예정이다.
업계는 'NT-0796'이 비만 치료 분야에서 유망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시장 전망이나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신중하게 추세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는 전임상 실험과 1상 임상시험에서 매우 유망한 결과를 보였던 신약이 2상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사례가 워낙 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내년에 'NT-0796'의 2상 데이터가 나온 이후에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평가와 전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노드테라는 'NT-0796'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했지만, 전임상 결과만 발표했다. 이는 임상 1상 결과가 전임상처럼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2상을 통해 보다 진전된 결과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