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얀센의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 '이코트로킨라'(Icotrokinra)가 자가면역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아이큐비아(IQVIA)는 올해 3월 '이코트로킨라'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법 대부분이 투약이 불편한 주사제 투성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미국 애브비(Abbvie)의 종양괴사 알파(TNF-Alpha)억제제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를 비롯한 사이토카인 표적 치료제는 지난 20년간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이끌며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상용화된 모든 사이토카인 표적 치료제는 주사로 투약되는데, 정맥주사든 피하주사든 주사제는 투약 편의성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2010년 이후 투약이 편리한 경구용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대표적인 약물 계열이 JAK 억제제다. 이 제제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JAK를 저해하여 과도한 면역 반응을 완화시키는 기전이다. 이밖에도 PDE4, TYK2, S1P 등 면역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단백질 억제 경구제가 2010년 이후 순차적으로 출현했다.
그러나 아이큐비아는 이러한 단백질 억제 경구제들이 사이토카인 표적 치료제에 비해 유효성과 안전성면에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사이토카인은 특정 면역세포의 활성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므로, 사이토카인 표적 치료제는 이를 토대로 강력하면서도 선택적으로 면역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반면, JAK, PDE4, TYK2, S1P 등 단백질은 여러 사이토카인의 신호전달경로에 개입하여 간접적으로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한다. 때문에 단백질 억제력을 높이면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억제력을 낮추면 효과 역시 감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백질 억제 경구제로 사이토카인을 표적할 수는 없다. 이는 단백질 억제 경구제가 저분자 합성 약물인터라 사이토카인과 같은 분자 규모가 큰 단백질에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토카인을 표적하면서도 경구로 복용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이 핵심 과제였다. 이러한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높은 개발 난이도로 인해 초기 단계에서 가능성만 확인되었을 뿐,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준 사례는 그간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약물이 바로 '이코트로킨라'다. 이 약물은 인터류킨-23(IL-23)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이다. 기존의 사이토카인 표적 치료제의 항체가 아닌 펩타이드 기반 약물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항체는 살아있는 생물에서 유래한 단백질로, 항체 약물은 이를 재조합하여 만든 것이다. 분자 규모가 큰 타깃에 매우 선택적으로 결합하지만, 생물 유래라는 특성으로 인해 구조 변형에 한계가 있어 경구 복용 시 위산에 분해되지 않도록 개발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와 달리 펩타이드는 인위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단백질이다. 항체보다는 결합력이 다소 낮지만, 기존 저분자 합성 약물에 비해 인터류킨과 같은 타깃에도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펩타이드 약물은 경구 복용 시 위산에 의해 분해되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건은 '이코트로킨라'가 대규모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느냐였다. 이에 대해 얀센은 올해 10월 28일(현지 시간), 현재 실시 중인 '이코트로킨라' 3상 임상시험(시험명: ICONIC-TOTAL)의 중간 분석 데이터를 발표하며 입증 성공의 조짐을 보였다.
시험은 만 12세 이상의 판상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이코트로킨라'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한 것이다. 얀센에 따르면, 투약 52주차에 '이코트로킨라' 투약군 67%가 부분 개선, 44%가 완전 개선 지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임상은 오는 2027년 6월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만약 얀센이 임상 완료와 함께 '이코트로킨라'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상용화 시점은 2028년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벌써부터 '이코트로킨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권사 리링크 파트너스(Leerink Partners)는 '이코트로킨라'의 최고 매출액을 95억 달러(한화 약 13조 8000억 원)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최고 매출액의 규모만 놓고 보면, 현재 자가면역질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dupilumab), '스카이리치'(Skyrizi, 성분명: 리산키주맙·risankizumab) 등 사이토카인 표적 치료제에 비하면 다소 작은데, 이는 기존 강자들이 이미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코트로킨라'를 기점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