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 의약품을 대표하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이 약물은 2024년 글로벌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글로벌 제약산업이 전통적인 저분자 합성의약품 중심에서 고분자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5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고분자 의약품 시장은 2024년 5080억 달러에서 연평균 10.3%씩 성장해 2030년 9136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저분자 의약품은 1조 414억 달러에서 1조 4597억 달러로 확대되며 연평균 5.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저분자 의약품은 화학 합성 기반으로 생산한 정제·캡슐 형태 약물을 가리키고, 고분자 의약품은 생물학적 발현 시스템을 통해 생산하는 항체·단백질·세포·유전자치료제 등을 말한다.
고분자 의약품의 연간 성장률이 저분자 의약품을 앞서는 것은 시장 주도권이 고분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매출 상위 3대 의약품은 모두 고분자 계열이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가 28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비만·당뇨 치료제 '오젬픽(Ozempic)'이 180억 달러, 면역·염증 조절제 '듀피젠트(Dupixent)'가 1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4년 기준 고분자 의약품 매출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면, '키트루다'와 '듀피젠트'가 포함된 단일클론항체 분야가 5080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오젬픽'이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펩타이드는 1624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어 백신이 667억 달러, 세포·유전자치료제가 93억 달러, DNA·RNA 치료제 61억 달러 순이었다.
고분자 의약품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해당 법에 따라 저분자 의약품은 출시 9년 후, 고분자 의약품은 13년 후부터 약가 협상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고분자 의약품이 저분자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약가를 유지할 수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 미래 수익성이 높은 쪽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고분자 중심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 전환은 산업 지형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상위 15개 대형 제약사의 시장 점유율은 54.2%에 달했으나, 특허 만료, 약가 인하, 제네릭·바이오시밀러 확산 등의 영향으로 오는 2030년 이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46.2%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혁신 기술로 고분자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중·소형 바이오기업은 2030년 전체 시장의 53.8%를 점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고분자 의약품의 성장세에도 한계 요인은 존재한다. 세포주, 배지, 캡시드, LNP 등 주요 원료 확보와 GMP 공정 검증의 지연은 여전히 병목 요인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