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건선(Psoriasis) 환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준다.[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인터류킨-33(Interleukin-33, IL-33) 억제 요법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니치 마켓(틈새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류킨은 면역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사이토카인의 한 종류로, 면역 반응을 높여 외부 병원체 및 변이로 인한 기능 이상이 발생한 세포들을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이다. 인터류킨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면역세포의 활성 역시 높아진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타깃으로 인터류킨이 현재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이유다. 초기 면역 반응의 제1원인은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자극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촉발되지만, 이러한 반응을 만성화하고 증폭시키는 핵심 매개체가 바로 인터류킨이다.
따라서 인터류킨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과도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조직 손상과 염증을 완화하는 전략이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품목은 미국 애브비(Abbvie)의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다. 이 약물은 종양괴사 알파(TNF-Alpha)라는 인터류킨의 활성을 저해하여 과도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이를 토대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다만 종양괴사 알파는 조직이 손상된 부위에 국소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닌, 전신에 작용하는터라 과도하게 억제할 경우, 전반적인 신체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감염병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종양괴사 알파보다 더 효과적이며 국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터류킨 찾기에 나섰다.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타깃은 인터류킨-23(IL-23)이다.
이는 IL-23이 염증 반응의 상위 단계에서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IL-23은 조직 손상이 발생한 부위의 염증 증폭 경로의 첫번째 단계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이므로, IL-23의 활성을 억제하면 면역 반응이 더 확대되기 전 선제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애브비의 '스카이리치'(Skyrizi, 성분명: 리산키주맙·risankizumab)가 대표적인 IL-23 억제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부 기업은 IL-23 억제제 대비 면역 반응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인터류킨 타깃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IL-33이다.
기존 인터류킨이 손상된 부위를 감지한 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반응적 기능에 머물렀다면, IL-33은 손상된 부위를 즉각적으로 감지하여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IL-33이 IL-23보다 더 상위 단계에서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셈이다.
다만 IL-33 억제 요법의 유망성은 아직 이론적 근거 중심으로 검증된 수준에 불과하며, 다른 사이토카인 억제 요법보다 확실히 우수하다는 임상적 확증은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 개발은 실패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상대적으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천식 등의 질환에서 공략되고 있다.
실제로,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현재 임상시험에서 평가 중인 IL-33 억제제는 8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6개는 프랑스 사노피(Sanofi),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 영국 GSK, 미국 화이자(Pfizer), 미국 릴리(Eli Lilly), 일본 미쓰비시 타나베(Mitsubishi Tanabe) 등 빅파마들이 개발 중이다. 각 약물의 대상 질환은 모두 COPD 및 천식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쳐(Nature)는 이와 관련 "IL-33 억제 요법은 지난 20년간 COPD와 천식 치료의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류머티스 관절염, 건선,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들은 여전히 기존 요법이 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 기업인 애즈큐리스(Azcuris)도 현재 비임상 실험 단계에서 IL-33 억제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