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시장 홀로서기를 본격화한다. 지난해 유럽에서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로 첫 직접판매(직판) 승부수를 띄운 이 회사는 1년 만에 직판 품목을 2개 더 늘리며 자체 판매·마케팅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미국 의약전문지 파마레터(The Pharma Letter)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바이오젠과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BYOOVIZ)' 및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OPUVIZ)'의 유럽 판권에 대한 자산 양수도 계약(APA)을 체결했다.
오퓨비즈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바이우비즈는 지난 2023년 유럽에서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우비즈의 판권을 이전받는 내년 1월부터 유럽에서 해당 제품을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린다 최 맥도널드(Linda Choi MacDonald)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글로벌 커머셜 총괄)은 "유럽에서 바이우비즈의 직접 판매를 추진하게 돼 기쁘다"며 "바이오젠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원활한 권리 이전과 유럽의 고객 및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번 직판 전환은 준비된 홀로서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부적으로는 에피스클리를 통해 '파일럿 테스트'를 마쳤고, 외부적으로는 셀트리온이라는 강력한 '성공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에피스클리를 통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직판망을 가동,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요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병원 입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
안토니오 리토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법인장은 에피스클리의 직판망 가동 배경에 대해 "빅파마로 도약하려면 개발·생산을 넘어 판매 역량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피스클리의 이러한 성과를 통해 유럽의 복잡한 입찰 시스템과 의료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역량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아일리아' 시장 정조준 … '바이우비즈'는 선발대
이번 직판 전환의 최종 목표는 연간 글로벌 매출 약 12조 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인 오퓨비즈의 성공적인 유럽 시장 안착이다. 아일리아의 유럽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으로 추산되며, 2025년경 특허가 만료되면 거대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점쳐진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는 산도스, 알테오젠, 바이오콘, 포미콘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파트너사를 통한 간접 판매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직판으로 확보한 가격 결정권과 시장 통제력을 통해 오퓨비즈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직판으로 전환되는 바이우비즈는 오퓨비즈의 성공을 위한 선발대 역할을 할 것을 보인다.
루센티스 시장은 이미 다수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이 급감하는 등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다. 이를 고려할 때 바이우비즈 직판 전환은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같은 안과 질환 치료제인 오퓨비즈가 출시되기 전 영업·마케팅 조직을 완비하고 유럽 전역의 안과 전문의들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판 전환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 각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 마케팅, 학술 인력 등을 채용하는 데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지속적인 운영비가 투입된다"며 "상업화에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직접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독자 노선을 확대한 이유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를 넘어 자체적인 상업화 역량을 갖춘 완전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