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기존 약물치료로 한계가 뚜렷한 심부전 환자에게 유전자치료를 이용한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되면서 심혈관계 유전자치료 연구가 본격적인 임상 검증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과 생산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과 UCLA 연구진은 비허혈성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AB-1002'를 관상동맥을 통해 단회 투여하는 1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일부 환자에서 좌심실 구혈률(LVEF)과 심박출량이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는 기능이 개선됐음을 의미하는데, 해당 유전자치료제가 심부전 개선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좌심실 수축기 기능(LV systolic performance)과 관련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며,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부전 환자 치료를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지난 21일 게재됐다.
지금까지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희귀 유전질환 중심으로 형성돼 왔는데, 최근 들어 심부전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늘면서 기술 확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제조·개발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공정개발과 품질관리 역량을 강화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기업이 이러한 기술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SK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SK팜테코는 지난해 독일 바이오기업 아비젠(AaviGen)과 심부전 치료용 후보물질 'AVG-101'의 제조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AVG-101'은 미국 연구진이 개발한 'AB-1002'와는 다른 약물이지만, 두 후보물질 모두 심장 표적 AAV 벡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연구 방향이 비슷하다.
또 다른 국내 기업인 이엔셀(ENCell)은 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플랫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엔셀은 올해 7월 24일 근육계 유전질환 치료를 위한 AAV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이엔셀은 같은 달 3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맞춤형 AAV 유전자치료 시험약물 개발 및 생산을 위한 57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심혈관 질환을 적응증으로 한 유전자치료제는 현재까지 허가된 사례가 없다. 대부분 1상 또는 2상 초기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혈관계 유전자치료제는 아직 임상 초기 단계이지만, 안정성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산업 전반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혈관계 유전차치료제에 대한 연구와 산업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기술 진전이 실제 치료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