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 본사 전경 [사진=동국제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마데카' 상표 분쟁을 원만히 처리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동국제약과 애경산업이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양사가 진행 중인 민사소송은 다시 변론 절차에 돌입하며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게 됐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동국제약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의 변론을 약 1년여 만인 지난 8월 재개했다. 재판부가 마련한 강제조정안에 애경산업 측이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이번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다.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 절차를 잠시 멈추고 민사조정 절차로 사건을 넘긴 것이다.
재판부는 두 차례 조정기일을 열고 동국제약과 애경산업을 협상 테이블에 앉혔으나, 양측은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당사자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직접 중재에 나서기 위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소위 강제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애경산업 측이 이러한 재판부의 강제조정에 불복해 올해 2월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조정 절차는 결국 소득 없이 끝나게 됐다.
강제조정이 성립하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원고와 피고 중 어느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은 불성립한 것으로 된다. 이때 재판부는 재차 강제조정 결정을 하거나, 재판을 속행해 판결을 내릴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간 조정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 본안의 변론 절차를 재개했다.
이미 조정이 불성립해 변론이 재개됐음에도, 동국제약은 분기 및 반기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애경산업과 합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정기일에서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다 재판부의 강제조정 역시 애경산업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실제 합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지난 8월에 이어 이달 31일에도 변론기일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동국제약과 애경산업의 법정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는데, 판결이 나오더라도 항소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 소송은 장기전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양사의 이번 상표권 분쟁은 애경산업이 지난 2019년 '2080 진지발리스 마데카딘' 치약을 출시하고 ▲마데카딘 ▲MADECADIN ▲2080마데카딘 ▲2080MADECADIN 등 4개 상표를 등록하자, 동국제약이 자사의 주력 브랜드인 '마데카'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절차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동국제약은 애경산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표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해당 민사소송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특허심판원에 애경산업의 ▲마데카딘 ▲MADECADIN ▲2080마데카딘 ▲2080MADECADIN 등 4개 등록 상표에 대한 취소심판을 추가로 청구하며 더욱 적극적인 방어전을 펼쳤다.
이 중 등록상표 취소심판은 지난해 동국제약의 승리로 끝났다. 애경산업이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지도 않아 해당 4개 상표는 모두 취소로 소멸했다. 이에 애경산업은 '2080 진지발리스 마데카딘'의 제품명을 '2080 진지발리스 메디플러스'로 교체했다.
한편, 동국제약은 그동안 다수 기업과 '마데카' 상표 분쟁을 진행해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에는 국내 최대 생활용품 회사인 LG생활건강이 판매하던 '마데카페어' 치약 등의 등록 상표를 무효화하는 데 성공했고, 같은 해 제이엠피바이오와 에이피알, 2017년에는 '미샤'라는 화장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와 '마데카' 상표 분쟁에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