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 분야에서 3세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오시머티닙·osimertinib)의 치료 내성 대안으로 4세대 TKI가 주목받지 못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타그리소'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가 보유하고 있는 3세대 TKI로, NSCLC의 주요 변이인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표적하여 이를 치료하는 기전이다.
이 약물은 기존의 1·2세대 TKI가 EGFR의 하위 변이인 T790M에 속수무책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와중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사로 등장하며 NSCLC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2024년 65억 달러(한화 약 8조 7000억 원)의 수익을 거두면서 폐암 단일 적응증 치료제 중 매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타그리소' 역시 TKI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치료 내성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약 8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 규모로 인해 업체들은 '타그리소'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NSCLC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일반적인 논리라면 '타그리소'가 1·2세대 TKI의 내성 극복을 위해 등장한 3세대 TKI인 만큼, '타그리소'의 내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변이 유형인 C797S 표적 4세대 TKI 개발이 인기를 누리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타그리소' 이후의 차세대 NSCLC 치료제로서 4세대 TKI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현재 임상 시험에서 개발 중인 C797S 변이 표적 4세대 TKI는 고작 18개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이유는 3세대 및 4세대 TKI가 개발된 배경의 차이에 있다. '타그리소'가 등장했을 당시에는 1·2세대 TKI 치료를 받은 환자의 약 50%에서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한터라 T790M 표적 치료제에 대한 의료 수요는 무척 높았다.
반면 '타그리소' 내성 유발 C797S 변이의 경우, 전체 내성 환자의 약 7%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내성 기전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4세대 TKI 개발에 대한 동기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오히려 '타그리소' 내성을 유발하는 가장 높은 요인은 전체 내성 환자의 15%인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MET)의 증폭이다. MET는 세포의 성장 및 분화를 조절하는 유전자로, MET 증폭은 변이가 아닌 MET 유전자가 과도하게 복제되어 암세포의 '타그리소' 저항성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 얀센의 EGFR+MET 이중특이성 항체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amivantamab)가 '타그리소' 이후의 차세대 NSCLC 치료제로 부상하는 까닭이다. 얀센은 '리브리반트'가 향후 최대 50억 달러(한화 약 6조 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참고로 MET 표적 치료제 개발은 C797S 표적 치료제 대비 활발한 상황이다. 현재 임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는 MET 표적 치료제는 65개에 달한다.
다만 MET 증폭 역시 '타그리소' 내성 발생 요인의 15%만을 차지하는 데 그치는터라,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AZ는 여전히 '타그리소'와 병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4세대 TKI 개발에 나서는 업체들은 대부분 틈새 시장을 겨냥하는 후발주자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제이인츠바이오가 대표적으로, 이 회사는 자사의 4세대 TKI 후보물질 'JIN-A02'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2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JIN-A02'의 한계는 분명한 편이다. 중국 저장대학교 양 샤(Yang Xia) 박사팀은 올해 6월 란센 호흡기 의학(The Lancet Respiratory Medicine) 저널에서 'JIN-A02'를 비롯한 4세대 TKI에 대해 "1차 치료제로 사용돼야 할지, 아니면 '타그리소' 실패 이후의 구제 치료제로 쓰여야 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4세대 TKI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