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키 크는 약'으로 통하는 '성장호르몬 주사제'가 정상아동에서는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어린이들의 일명 '키 크는 약'으로 통하는 '성장호르몬 주사제'가 정상아동에서는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다. 연구책임자는 NECA 윤지은 연구위원이다. 이번 연구는 비급여 영역에서의 성장호르몬 사용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첫 사례로, 사용 목적, 인식 실태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등 특정 의학적 적응증을 가진 저성장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진단을 받지 않은 소아 청소년을 중심으로 키 성장을 목적으로 주사제 사용이 늘고, 이에 따른 이상사례 보고도 매년 증가하는 실정이다.
◆보호자 절반 이상 자녀의 '단순 키 성장' 목적으로 사용
최근 5년 이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한 아동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건강 문제가 없는 일반 소아청소년의 단순 키 성장을 목적으로 이 주사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아동 6명 중 1명은 평균 신장보다 큰 경우에 해당했다. 성장호르몬 주사 보험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소아 저신장은 절반 미만(41%)에 불과해 치료 필요성과 실제 사용 목적 간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재 성장호르몬제는 또래(같은 성별, 같은 나이) 아동 100명 중 키가 3번째 이하로 작은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키 성장 미검증 방법, 잠재적 위험성 및 부작용 경각심 높여야"
이런 실태를 반영하듯, 소아 청소년 대상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사제 공급 내역과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성장호르몬 주사제 공급 금액은 약 2.5배 증가하여, 2023년에는 약 4800억 원에 달했다. 공급량 또한 연평균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진료과별 공급 금액을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으로 소아 청소년과가 54.0%로 가장 많았고, 일반의 34.9%, 기타가 5.8%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41.7%)과 경기(20.0%)의 공급 금액이 높았다. 서울 지역에서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공급받은 요양기관 수는 강남구 278개(22.5%), 서초구 126개(10.2%), 송파구 88개(7.1%) 순으로 많았다.
2023년 건강보험 급여 청구 환자 수는 3만 7017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7~8배 증가했다. 성장호르몬 주사제 공급 및 청구 금액은 해마다 모든 의료기관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의료기관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의원급 의료기관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 경기 지역에 청구가 집중되는 양상은 공급 현황과 비슷했다.
◆정상아동에서 성장호르몬 효과성 및 안전성에 대한 근거 부족
연구팀이 국내외 문헌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질환이 없는 정상 신장 아동 대상 성장호르몬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룬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정상아동에서 성장호르몬 효과성 및 안전성의 근거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보고된 성장호르몬 주사와 관련한 이상사례는 총 6309건이었다. 가장 흔한 이상사례는 주사 부위 통증 및 주사 시 통증(24.2%)이었으며, 주사 부위 출혈, 타박상, 종창 등이 보고되었다. 사망(2건), 암종(4건) 등 중대한 이상사례도 보고되었으나, 성장호르몬과 관련성이 낮거나 평가가 불가능했다.
윤지은 연구위원은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이 증가함에 따라 이상 사례 보고도 함께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지만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향후 부작용에 대한 장기 추적관찰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인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한 아동의 보호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성장호르몬 주사제 외에도 자녀의 성장을 위해 인위적인 관리 방법(예: 키 성장 보조제, 기구 요법, 한약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월 평균 약 20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 사용이 자녀의 키 성장 및 불안감 해소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성장호르몬 사용 시기, 주사제 종류별 투여 용량 및 비용,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거나, 애로사항으로 의료진마다 임상적 의견이 다르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윤지은 연구위원은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단순 키 성장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키 성장 관련 효과가 미검증된 방법들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홍보, 교육 등 국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활용 가능한 자료원을 최대한 이용해 성장호르몬 주사제의 사용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라며, "성장호르몬 치료의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