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휴머니젠(Humanigen)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렌질루맙'(lenzilumab)에 베팅을 걸었던 케이피엠테크과 텔콘RF제약의 계획이 실패로 끝마쳤다. 모두 국내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이다.
양사는 4월 30일, '렌질루맙'의 한국 및 필리핀 라이선스 계약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 사유는 계약 상대방인 휴머니젠이 파산 절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서에 명시된 해시 조항에 의거하여 양사는 계약의 해지를 최종 통지했다.
앞서 케이피엠테크와 텔콘RF제약은 지난 2020년 11월, 휴머니젠과 '렌질루맙'의 국내 및 필리핀 지역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양사는 해당 지역에서 렌질루맙의 임상 및 상업화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
'렌질루맙' 상용화 끝내 좌절돼
'렌질루맙'은 면역 신호전달 단백질의 과립구 집락 자극 인자(GM-CSF)를 표적으로 하는 인간화 단클론항체이다. 당초 만성 골수단구성 백혈병(CMML) 및 소아 골수단구성 백혈병(JMML)의 치료제로 개발돼다 급성 이식편대 숙주병, 코로나19 치료제로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특히, 이 약물은 휴머니젠이 공개했을 당시 가장 먼저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코로나19 치료제 '베클루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remdesivir)에 이은 두번째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렌질루맙'은 임상 3상 시험(시험명: LIVE-AIR)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휴머니젠은 미국과 브라질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 520명을 대상으로 '렌질루맙'과 위약을 비교 평가하는 3상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렌질루맙' 투여군은 치료 후 28일 동안 인공 호흡기 없는 생존율 기준 위약군보다 54%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이를 토대로 휴머니젠은 2021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렌질루맙'의 EUA를 신청했다. '렌질루맙'이 FDA의 관문을 통과할 경우 우리나라 도입 또한 더욱 수월해질 수 있는 만큼, '렌질루맙'의 라이선스 권한을 확보한 케이피엠테크와 텔콘RF제약 또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FDA는 같은 해 9월 '렌질루맙' 사용시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EUA를 거절하며 추가 임상 시험을 요청했다. LIVE-AIR 시험에서 관찰된 '렌질루맙'의 흔한 이상반응은 3등급 이상의 호흡기 장애 및 심장장애였다.
이에 따라 휴머니젠은 국립보건원(NIH)에 의뢰하여 추가 임상 3상 시험(시험명: ACTIV-5/BET-B)을 실시하였다. 해당 시험은 코로나19 입원 환자 대상 '렌질루맙'+'베클루리'와 '베클루리'+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2년 6월 NIH가 ACTIV-5/BET-B 임상에서 '렌질루맙'+'베클루리'이 대조약 대비 우월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밝히며 '렌질루맙'의 상용화는 끝내 좌절됐다. '렌질루맙'의 실패는 휴머니젠 경영난의 도화선이 되면서 이 회사는 올해 1월, 기업 파산을 신청했다.
피해 고스란히 받은 케이피엠테크·텔콘RF제약
휴머니젠이 파산 절차에 들어서면서 그 피해는 케이피엠테크와 텔콘RF제약도 받게 됐다.
'렌질루맙'의 라이선스 계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약금은 600만 달러(한화 약 83억)로 양사가 50%씩 각출했다. 마일스톤(성과금)의 지급은 ①미국 3상 임상 성공 결과가 미국 증권거래소에 공표된 경우 600만 달러 ②긴급사용승인(EUA)또는 신약승인(NDA) 완료시 800만 달러(한화 약 110억 원)였다. 총 합하면 최대 2000만 달러(한화 약 275억 원) 규모의 계약이었다.
계약금은 라이선스의 대가로서 최초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라이선스 계약의 종료 사유와 무관하게 환급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사는 또한 지난 2021년 4월, LIVE-AIR 임상 성공 결과를 근거로 휴머니젠에게 첫번째 조건의 마일스톤 600만 달러를 50%씩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양사는 계약금 600만 달러와 마일스톤 600만 달러를 포함 총 1200만 달러의 손해를 본 셈이다. 3일 환율기준 한화 약 164억 원을 날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