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량지수(BMI)가 비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체지방률이 높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국내 장기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체질량지수(BMI)가 비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체지방률이 높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국내 장기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체중이나 BMI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대사위험을 체지방률 변화가 보완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보건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손미경·박현영·임중연 연구팀은 한국인 성인 1만1016명을 최대 21년간 추적해 체지방률과 당뇨병 발생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Dynamic change in body fat percentage and the risk of diabetes mellitus: a longitudinal analysis'이다.
연구진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 KoGES)의 안산·안성 코호트와 심혈관질환연구(CAVAS) 코호트 자료를 이용했다. 최종 분석 대상은 남성 4701명, 여성 6315명으로 모두 1만1016명이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2년 간격으로 체지방률을 반복 측정받았으며, 최대 추적기간은 21년이었다.
평균 추적기간 8.8년 동안 1680명에서 당뇨병이 새로 발생했다. 남성 829명, 여성 851명이었다.
분석 결과, 방문 사이 체지방률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이후 당뇨병 발생 위험은 남성에서 4.4%, 여성에서 5.2% 높아졌다. 현재 체지방률 자체가 1%포인트 높을 때도 당뇨병 위험은 남성 6.1%, 여성 4.6% 증가하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연령과 흡연, 음주, 운동, 혈압, 콜레스테롤, 관련 약물 복용 등 여러 요인을 보정한 결과다.
BMI 25 미만이어도 체지방 높으면 위험
연구진은 BMI와 체지방률을 함께 적용해 당뇨병 위험을 다시 분석했다. 비만은 아시아·태평양 기준에 따라 BMI 25㎏/㎡ 이상으로 정의했다. 체지방률은 남성의 경우 18% 미만을 낮음, 18~24.9%를 중간, 25% 이상을 높음으로 분류했다. 여성은 각각 28% 미만, 28~34.9%, 35% 이상으로 나눴다.
그 결과 BMI가 25 미만으로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남성도 체지방률이 25% 이상이면 체지방률 중간군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31% 높았다(HR 1.31, 95% CI 1.00~1.72).
여성에서도 같은 방향의 경향이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비비만 여성에서 체지방률 35% 이상인 경우 위험비는 1.14였으며 95% 신뢰구간은 0.85~1.54였다.
BMI상 비만하면서 체지방률까지 높은 사람에서는 위험이 더 뚜렷했다. 비비만·중간 체지방률군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위험은 남성에서 2.02배, 여성에서 2.04배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BMI만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면 일부 고위험군을 놓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BMI는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산출하기 때문에 체지방과 근육량을 직접 구분하지 못한다. 특히 아시아인은 서구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BMI에서도 내장지방을 축적하고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 배경으로 제시됐다.
체지방 변화도 한번이 아니라 계속 봐야
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체지방률을 한 번 측정한 데 그치지 않고 2년마다 반복 측정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체지방률이 지속적으로 낮은 사람에서는 당뇨병 위험이 낮았고, 높은 체지방률을 계속 유지한 사람에서는 위험이 높았다고 밝혔다. 이전 체지방률이 중간 또는 높은 수준이었던 사람에서는 이후 체지방률 증가 폭이 클수록 당뇨병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특히 체지방률이 이전부터 높았던 여성에서는 이후 체지방률이 감소할수록 체지방률 변화가 없었던 여성보다 당뇨병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다만 체지방률 범주 자체가 '높음'에서 '중간 또는 낮음'으로 이동한 사람을 별도로 분석했을 때는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연구진은 기존 체지방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 체지방률과 시간에 따른 체지방률 변화가 모두 당뇨병 발생 위험과 관련돼 있었다"며 반복적인 체성분 평가가 BMI 중심의 비만 평가를 보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여서 체지방 증가가 당뇨병을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체지방률 측정에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 생체전기저항분석법(BIA)을 사용했고, 여러 종류의 측정기기가 사용됐다는 점도 한계다. 식습관이나 신체활동 강도 등 측정하지 못한 요인의 영향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