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사람처럼 무릎을 굽히고 균형을 잡으며 냉장고를 운반하는 아틀라스의 모습은 더 이상 영화 속 장면이 아니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실제 산업 현장을 연상케 하는 작업 수행 능력을 선보이며 로봇 산업의 미래를 한 단계 앞당겼다. 단순히 걷거나 뛰는 수준을 넘어 무거운 물체를 직접 들어 옮기는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이제 로봇이 인간 노동을 본격적으로 대체하는 시대가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로봇 제조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8일(현지시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틀라스가 23kg에 달하는 소형 냉장고를 직접 들어 옮기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아틀라스는 무릎을 반쯤 굽혀 자세를 낮춘 뒤 양팔로 냉장고를 안정적으로 들어 올렸고, 균형을 유지한 채 뒤편 테이블까지 이동했다. 이후 상체를 180도 회전해 냉장고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정교한 동작까지 수행했다.
연구실 넘어 현실 작업 단계 진입
이번 영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 퍼포먼스가 아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복합 작업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로봇이 크기와 무게가 일정하지 않은 물체를 들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균형 유지와 실시간 자세 제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외부 물체의 무게 중심이나 질량 정보가 완전히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센서 기반 상태 추정을 통해 스스로 불확실성을 보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번 영상이 강화학습과 전신 제어 기술 발전의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틀라스는 대규모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을 통해 작업을 익혔다. 가상의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최적의 움직임을 학습했고, 불과 몇 주 만에 실제 환경에서 이를 구현해냈다는 설명이다.
최대 45kg 냉장고도 운반 성공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가 이번 영상에 등장한 23kg 냉장고뿐 아니라 최대 45kg(100lb) 수준의 냉장고까지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물체를 인식하고 접근한 뒤 들어 올리고 이동시키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순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실제 현장의 복합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백플립·360도 회전...고난도 균형 제어 기술 눈길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날 냉장고 운반 장면뿐 아니라 아틀라스 개발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 속 아틀라스는 한 발로 균형을 잡은 채 360도 회전하거나 백플립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상·하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면서도 전체 운동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가능한 고난도 기술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물구나무서기와 백플립 같은 동작이 단순 묘기가 아니라 로봇의 균형성과 회복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훈련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세를 복원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전략도 본격화
이번에 공개된 아틀라스는 상용화를 고려해 개발된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액추에이터를 두 종류로 표준화했고, 양팔과 양다리를 동일 구조로 설계해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향후 대량 생산 기반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아틀라스를 인수해 로보틱스 사업을 확대 중인 현대차그룹 역시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 2026에서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라는 비전을 공개하며 로봇 기술을 인간의 일상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해 구글 딥마인드와의 전략적 협업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AI와 로보틱스가 결합된 차세대 휴머노이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산업 현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npce@daily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