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제공 3년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는 2020년 4기 암 선고를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무엇을 보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슬프다. 과거를 후회해 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지 가늠하며 문득 슬픔에 빠지기도, 과거를 후회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마음을 다잡기도 했던 것 같다.
오는 4월 1일 개봉하는 오모리 켄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는 사카모토의 타계 전 3년 6개월의 시간을 음성과 영상, 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제공 이 영화는 사카모토가 생전 썼던 일기를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실제 일기장의 페이지들이 화면에 등장하기도 하고, 일기 속 내용과 관련된 그의 생전 모습이 나온다.
사카모토가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는 모습과 집 정리를 하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 그를 회상하는 친척·지인들의 인터뷰도 담았다.
그의 마지막 콘서트는 2022년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송출됐다. 컨디션이 떨어져 한 번에 여러 곡을 연주하기가 힘들었던 탓에 여러 날에 걸쳐 한 곡씩 따로 녹음해 이어 붙였다.
영화는 이 온라인 콘서트의 준비 과정을 하나하나 그려냈다. 갈수록 못 치겠는 곡이 늘어난다며 담담하게 말하는 사카모토의 모습에서, 또 그가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먹먹함이 느껴진다.
영화 속 사카모토는 시간이 지날수록 병색이 짙어진다. 하지만 '음악을 할 때는 마음이 자유로워진다'는 그의 표정에서는 어느 순간 소년 같은 생기가 넘쳐 보이기도 한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도쿄 멜로디'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제공 죽음을 목전에 두고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가슴팍에 모은 야윈 손가락을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움직인다.
내레이션은 사카모토와 생전 인연이 있던 무용수이자 배우 타나카 민이 맡았다.
타나카 민은 사카모토의 일기 속 구절들을 낭독하는 과정을 돌아보며 "손으로 직접 쓴 글자여서 감정의 움직임이 전해졌다"며 "휘갈겨 쓴 부분도 있고 천천히 써 내려간 부분도 있었는데, 그 순간들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제공 음악가로서의 경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30대의 사카모토를 사뭇 다른 분위기로 담아낸 영화도 다음 달 개봉한다.
다음 달 15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에선 처음 개봉하는 엘리자베스 레나드 감독의 '류이치 사카모토: 도쿄 멜로디'다.
1984년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로, 80년대 이후 관람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지만, 최근 엘리자베스 레나드 감독의 지하실에서 오리지널 16mm 필름이 발견되며 4K 리마스터링이 진행됐다.
영화는 사카모토가 전자음악 그룹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인기를 끌고,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주제곡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Lawrence)를 작곡해 세계적 성공을 거둔 뒤 솔로 앨범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았다.
오랜 동료와 마지막 식사를 하는 사카모토의 모습은 30대의 젊고 패기 넘치는 모습과 대비돼 위안과 상실감을 동시에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