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3시께 서울 서대문구 소재 실버영화관 '청춘극장'에서 열린 '청춘 송별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5년의 마지막 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실버영화관 '청춘극장'의 고별 공연에서 열린 '청춘 송별회'는 성토장이 됐다. "탄원서라도 써야 하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춘극장이 이날을 끝으로 15년간 지역민과 동고동락했던 날을 끝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이곳은 서울시 지원으로 민간이 위탁 운영해온 고령층 전용 문화공간이다. 고(故) 송해, 남진 등 당대 톱스타들이 무대에 올라 어르신들과 함께했던 곳이기도 하다.
추억의 고전 영화를 상영하고 노래 교실을 운영해온 이곳은 단돈 2천원이라는 저렴한 입장료 덕에 어르신들의 성지로 통했다. 2023년 4만 4238명이던 관객은 2024년 5만 3208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도 11월까지 4만 8193명이 찾았다.
마지막 날의 열기도 뜨거웠다. 개장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부터 구름 인파가 몰리며 1시간 만에 전석 매진됐다. 450여 명의 어르신이 관객석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복도에 서거나 바닥에서 공연 관람을 했다.
청춘송별회 안내문. /연합뉴스 제공 짧은 송별회가 끝난 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은 아쉬움을 잠시 접어둔 채 '굳세어라 금순아'를 따라 부르며 박자에 맞춰 춤을 췄다.
청춘극장이 문을 닫는 일단의 이유는 예산이다. 2024년 6억 6200만원이었던 예산이 지난해 5억 9500만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5억원으로 축소됐다. 2016년부터 운영을 맡아온 민간 위탁 업체는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전 영화 상영에 비용이 드는 편"이라며 내년부터는 어르신들이 직접 악기와 연극을 배우고 무대에 서는 '누구나 청춘무대'를 중심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을 고려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성 노인들은 은퇴 이후 공식적인 관계가 사라지며 만남이 거의 없어지기에 영화관처럼 익명성이 보장되고, 수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과거의 향수를 향유할 수 있는 실버영화관 같은 곳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