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균주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면 알츠하이머병 관련 혈중 pTau181이 감소하고 일부 기억·시공간 인지기능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장 건강을 위해 먹는 유산균이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초기 인지저하가 있는 고령자들에게 24주 동안 다균주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게 한 결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혈액 속 타우 단백질 지표가 감소하고 일부 기억·시공간 인지기능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대학교와 조선대병원, 전남대학교병원, 한국뇌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초기 인지저하가 있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다균주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분석한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28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알츠하이머스 디지즈(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광주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치매 코호트(GARD)에 참여한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주관적 인지저하나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처음 100명이 무작위 배정됐고, 중도 탈락자를 제외한 87명이 최종 분석에 포함됐다. 프로바이오틱스군은 40명, 위약군은 47명이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비피도박테리움 아니말리스 락티스 KL101, 리모실락토바실러스 퍼멘텀 KL271, 레빌락토바실러스 브레비스 KL251 등 3개 균주로 구성된 'KL-P301'이 사용됐다. 참가자들은 하루 한 포씩 24주 동안 프로바이오틱스 또는 위약을 복용했다.
유산균 먹은 그룹, 알츠하이머 관련 '타우' 감소
연구진이 가장 주목한 변화는 혈액 속 인산화 타우181(pTau181)이었다.
타우는 원래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단백질이지만, 비정상적으로 인산화되면 서로 엉켜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신경섬유매듭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pTau181은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변화를 가늠하는 혈액 바이오마커 가운데 하나로 활용된다.
분석 결과, 24주 뒤 프로바이오틱스군에서는 혈장 pTau181 수치가 유의하게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 군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뚜렷했다(p<0.001).
반면 또 다른 알츠하이머 혈액 바이오마커인 pTau217은 두 군 모두에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신경염증과 신경세포 손상을 보여주는 혈액 지표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프로바이오틱스군에서는 뇌 염증 반응을 반영하는 단백질 GFAP와 신경세포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단백질 NfL이 24주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두 지표가 각각 유의하게 증가했다.
혈액 수치 외 인지기능도 개선
인지기능 검사에서도 일부 차이가 나타났다.
분석 결과, 프로바이오틱스군의 전반적인 임상치매평가척도(CDR) 점수는 평균 0.43점에서 24주 뒤 0.33점으로 낮아졌다. 위약군은 0.46점에서 0.43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기억 영역의 CDR 점수는 프로바이오틱스군에서 0.44점에서 0.34점으로 낮아졌으며, 두 군 간 차이도 통계적으로 뚜렷했다(p=0.026). CDR은 점수가 낮을수록 인지·일상기능 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미다.
도형을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리거나 공간의 모양과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프로바이오틱스군은 복잡한 도형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검사와 도형 구성능력을 평가하는 검사에서 점수가 좋아졌고, 위약군에서는 뚜렷한 개선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번 본 도형을 나중에 기억해 다시 그리는 능력도 프로바이오틱스군에서는 유지된 반면, 위약군에서는 24주 뒤 떨어졌다.
연구진이 이런 변화를 주목한 이유는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될 때 공간을 파악하거나 시각적인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혈액 속 pTau181이 감소한 것과 함께 이러한 시공간 인지기능이 유지되거나 좋아지는 흐름이 관찰됐다.
다만 모든 인지기능에서 차이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비롯해 언어기억, 주의력, 문제 해결과 계획 등에 필요한 실행기능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군과 위약군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프로바이오틱스, 장-뇌 축에 영향 가능성
연구팀은 장과 구강에 사는 미생물, 면역체계,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 주목했다.
우리 몸의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면역반응과 염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이런 변화가 뇌의 염증과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프로바이오틱스에는 3종의 균주가 들어갔다. 이들 균주는 앞선 동물실험에서 염증 반응을 줄이고,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 변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실제 초기 인지저하 고령자에게서 살펴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 관련 혈액 지표와 일부 인지기능이 함께 좋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다균주 프로바이오틱스가 초기 인지저하 단계에서 타우와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와 일부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87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진행됐다. 연구팀은 현재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 효과가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