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에서 한 소아가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올해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는 지난해보다 2개월 정도 앞당겨졌다. 독감 유행이 최근 10년 동안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초(45주차) 기준 외래 환자 1000명당 의심환자는 50.7명으로 최근 10년 이래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올해 46주차(11월 9∼15일) 의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는 66.3명으로, 직전 주(50.7명)보다 30.8% 증가했다. 유행을 주도하는 7∼12세에서의 환자 수는 이미 직전 절기 정점인 161.6명을 넘어서 170.4명을 기록했다. 7-12세는 독감 유행을 주도하는 연령대로 학령기 아동·청소년에서 환자 발생이 급증하면 가족 내 전파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 필요성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독감은 한 번 걸렸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백신 접종 이전에 독감에 이미 걸렸거나 지나간 경우에는 접종에 대한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지만, 독감 바이러스는 여러 아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번 걸렸어도 또 감염될 수 있다.
독감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된다. 우리나라는 독감이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1차 유행한 후, 3~4월에 2차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때문에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접종해도 충분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감백신의 접종 목적은 감염 자체를 막는 것 뿐 아니라 특히 고위험군에서 심각한 합병증을 줄이는 데에 있다. 남은 유행 기간 동안 폐렴, 입원 등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윤지현 교수는 26일 헬스코리아뉴스에 "유행이 시작됐다고 해서 접종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니다"며,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면 12월초까지는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특히 고위험군이라면 빠른 시일 내에 접종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을 건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한 영유아가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질병관리청도 독감 유행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질병청은 24일 "실험 실적으로 국가 백신의 중화능(바이러스를 무력화해 감염을 예방하는 능력)을 분석해 보면 A형 독감 중 H1N1 바이러스나 B형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높은 중화능을, A형 중 H2N2에 대해서는 H1N1에 비해 다소 낮지만 기준치 이상의 중화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올해 인플루엔자가 내년 4월까지 유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질병청은 "예방접종이 인플루엔자 감염을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입원이나 사망 가능성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며, "중증화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 고령층과 영유아, 임신부는 반드시 접종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독감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고령층, 심장질환, 폐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임산부, 영유아 및 소아, 면역저하자, 의료기관 및 요양시설 종사자 등이다. 이들에게는 매년 독감백신 접종이 강하게 권고된다.
윤지현 교수는 "고위험군의 독감 감염은 폐렴, 호흡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본인 또는 가족, 밀접한 범위에 고위험군이 있다면, 예방접종과 개인 위생관리를 통해 독감 감염뿐 아니라 이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윤지현 교수독감백신은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동시에 대비하도록 설계돼 있다. 올해 국내에서 사용되는 독감백신은 A형 2종(H1N1, H3N2)과 B형 빅토리아 계열을 포함한 3가 백신이다. 기존 4가 백신에 포함되었던 B형 야마가타 계열은 2020년 3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검출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제외되었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예방효과와 안전성은 동등하다. 현재 실제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윤 교수는 "독감백신은 건강한 성인에서 70-90%의 발병 예방효과가 있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발병 예방효과가 40%로 다소 낮지만 입원을 예방하는 데 50-60%, 사망을 예방하는 데는 80% 정도의 효과가 있다"며,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유행이 일찍 시작되었지만 봄까지 지속되므로, 아직 접종하지 않은 고위험군은 지체 없이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