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 /사진=AI 생성 이미지
[Asports뉴스] 이정은 기자 = '인간계 최고수' 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AI) 카타고를 상대로 치른 특별대국 최종 기록에 2승 1패를 새겼다. 두 점 접바둑 조건이었지만 그 의미가 작아질 수 없다. 신진서가 증명한 가치는 초기 우세에 있지 않다. 쓰라린 실패를 마주한 뒤 오류를 수정한 뼈를 깎는 성찰, 복잡한 난전 속에서 손실을 통제한 냉철한 통찰력, 마지막 대국에서 오차를 허용치 않은 치밀한 운영 능력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시작은 흔들림 자체였다. 지난 17일 1국에서 신진서는 카타고의 예상치 못한 포석에 당황하며 245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했다. 우하귀 치명적 실수 뒤 격차가 벌어졌고, 신진서 스스로 "부끄러운 바둑"이라 자평할 만큼 내용면에서 완패였다. 그러나 좌절감은 훌륭한 정보가 됐다. 카타고가 익숙한 흐름을 비틀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신진서는 하루 휴식일 동안 전략을 다듬고 심리를 재정비했다.
성과는 19일 2국에서 나왔다. 승률이 89%까지 곤두박질친 위기 상황, 신진서는 중앙 흑돌 세 점을 미련 없이 버리는 선택을 내렸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대신 전체 형세를 통제하는 길을 택했다. 복잡한 수읽기 싸움에 끌려가지 않고 손실 범위를 최소화한 이 선택은 승부의 물줄기를 바꿨다. 마침내 4집반 승리를 거머쥔 신진서는 방대한 계산력보다 버릴 돌을 고르는 직관적 통찰이 인간 고수의 핵심 무기임을 입증했다.
최종 3국은 화려함보다 정교한 통제력이 돋보였다. 무리한 충돌을 철저히 배제하고 안정적으로 우세를 굳혔다. 단 한 번의 치명적 실수도 범하지 않은 빈틈없는 대국 끝에 221수 만에 흑 11집반승을 거뒀다. 기계가 파고들 틈을 원천 봉쇄한 완벽한 국면 관리였다.
눈여겨볼 요소는 기계를 대하는 신진서의 태도다. 과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기계와 인간의 충돌이었다면, 10년 뒤 신진서의 대국은 '공존과 진화'를 상징한다. 신진서는 "카타고를 활용해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의 계산을 이긴 힘은 기적적인 묘수에 있지 않았다. 뼈아픈 실패를 거울삼아 전략을 수정하고, 위기 상황에서 욕심을 내려놓은 인간 고유의 통찰력이 일군 값진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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