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KFA
[Asports뉴스] 이진경 기자 =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전술 부재와 내부 파열음을 동시에 노출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한국은 지난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 한국은 48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전반 45분에야 첫 슈팅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90분간 전체 슈팅 수에서도 7-12로 크게 밀렸다. 송범근의 선방과 골대 강타, 오프사이드 판정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대량 실점도 피하기 어려운 참담한 경기력이었다.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모레노호는 상대 전방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베네수엘라는 전방에 6명, 후방에 4명을 배치하는 공격적 형태로 한국의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 박진섭을 강하게 옥죄었다.
이강인의 성향을 간파한 상대 수비진은 바깥쪽 공간을 일부러 내주며 철저히 왼발 사용 길목을 차단했다. 중원 패스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서 투톱 손흥민과 오현규는 철저히 고립됐다.
오현규가 전반 추가시간 골망을 흔들었으나 골키퍼 차징으로 취소됐고, 손흥민은 85분간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만진 횟수가 단 3회에 그쳤을 만큼 빌드업 체계는 심각하게 붕괴됐다.
공수 간격 유지도 낙제점이었다. 전방 두 명이 압박을 시작할 때 미드필더와 최종 수비 라인이 동일한 속도로 전진하지 못해 중원에 광활한 공간을 헌납했다. 수비 진영에서 압박 시점이 늦어지며 전반에만 위험 지역에서 세 차례나 치명적인 프리킥을 내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후반 19분 상대 라미레스에게 허용한 오프사이드 득점, 후반 27분 수비수 이한범의 몸을 맞고 굴절돼 골대를 때린 멘도사의 슈팅 등 센터백들이 감당해야 할 과부하가 극에 달했다.
곪았던 내부 불만은 경기 직후 터져 나왔다. 후반 35분 교체 아웃된 김민재는 벤치에서 축구화를 집어 던진 데 이어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며 팀 단위 압박 실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현규. /사진=KFA
주장 손흥민도 공격진의 책임을 언급하며 김민재의 발언에 동조했다. 황인범의 입에서는 "몸과 마음이 힘들다.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전술적 한계를 벗어나 현 사령탑 체제와 대표팀 운영 자체에 대한 현장 선수들의 짙은 회의감과 불신이 고스란히 묻어난 대목이다.
모레노 감독은 "건물을 짓는 과정이다. 훈련이 6차례에 불과했다"며 시간 부족을 설명했다.
선수단 내부의 파열음과 전술적 무기력이 수면 위로 낱낱이 드러난 모레노호는 오는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 4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후방 빌드업 탈출구 마련, 손흥민·이강인 지원 동선 확보, 11명의 일사불란한 공수 전환 등 무너진 뼈대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jingyeong@asportstv.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