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Asports뉴스] 이진경 기자 =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한국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다음 날이었다. 홍 감독은 29일 멕시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감독직 사퇴를 선언했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부임 과정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팀은 2년 동안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32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상처를 지우기는커녕 12년 만에 또 다른 오점을 남겼다.
홍명보호의 실패는 이미 예견됐다. 2024년 7월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이미 신뢰가 흔들렸다. 축구협회의 결정 구조, 대표팀 운영 방식, 감독을 둘러싼 여론, 월드컵 본선 성적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한국축구는 다시 대혼돈 속으로 들어갔다.
◇5개월 표류 끝 밀실 논란
대한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5개월 넘게 새 사령탑을 찾지 못했다. 대표팀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한 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받았다. 이 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면접한 뒤 귀국했고, 곧바로 홍명보 감독을 만나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선임 절차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논의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도 납득을 얻지 못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이라는 중대한 사안이 제한된 인물들 사이에서 급하게 결정됐다는 의혹이 커졌다.
당시 전력강화위원이던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고 폭로했다. 홍 감독 내정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감독을 지지하는 일부 흐름이 강했고, 결론이 홍 감독 선임 쪽으로 향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커졌다. 이임생 이사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홍명보호는 출범 첫날부터 축하보다 의심 속에 출발했다.
◇문체부 감사와 협회의 반발
여론이 악화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움직였다. 문체부는 2024년 10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가 내부 규정을 위반했고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이사 등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가 정부 감사와 징계 요구 사안으로 번진 것이다.
협회는 반발했다. 홍 감독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행정소송까지 불사하며 문체부 징계 요구를 거부했다. 관련 경찰 수사와 법적 공방도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논란은 봉합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월드컵을 향해 갔지만, 감독 선임의 정당성 문제는 끝까지 따라붙었다. 경기력이 흔들릴 때마다 논란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팬심 잃은 대표팀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가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를 비롯한 축구 팬들은 경기장에서 협회와 홍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었다. 거센 야유도 나왔다.
대표팀 홈경기에서 응원 보이콧이 벌어지는 초유의 상황도 있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이 안방에서 신뢰보다 불신을 크게 마주한 셈이다.
협회는 감독 체제를 유지했다. 최종예선 통과라는 목표가 있었고, 본선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선임 논란부터 다시 소환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결국 북중미 월드컵이 그 모든 불안을 현실로 만들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48개국 체제 첫 대회에서 32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홍 감독은 사퇴했고, 대표팀은 성적과 신뢰를 모두 잃었다.
◇탈락 직후 다시 열릴 특별감사
참사 후 정부도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월드컵 탈락 직후인 29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문체부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위원회를 꾸려 홍 감독 선임 과정의 부조리, 임원진의 징계 요구 거부 사안, 정부 보조금 사용처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수백억 원대 예산 집행 문제까지 감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비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간접 선거 방식인 현행 회장 선출 제도 개편까지 거론되며 축구협회 쇄신 논의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본격적인 후폭풍의 시작에 가깝다. 새 감독 선임, 협회 개편, 책임자 징계, 대표팀 재건에 시선이 쏠린다.
◇첫 단추가 만든 2년의 파국
출발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사령탑에게 안정적인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팬들의 야유 속에 출범한 홍명보호는 2년 내내 공정성 논란이라는 짐을 지고 달렸다.
성적이 좋았다면 논란은 잠시 가라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성적표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체제 유지의 명분도 사라졌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고, 축구협회는 다시 감사대에 올랐다.
홍명보호 2년은 한국축구가 감독 한 명을 고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신뢰를 잃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 첫 단추가 어긋난 선택은 결국 월드컵 무대에서 파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축구는 사령탑 교체만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감독 선임 시스템, 협회 의사결정 구조, 팬들과의 신뢰 회복, 대표팀 경쟁력 재건까지 모두 다시 손봐야 한다. 홍명보호의 불명예 퇴진은 한국축구 행정 전체에 던져진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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