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도입 이후 재발·불응성 혈액암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크게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 적용 질환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은 전체 림프종의 약 30%를 차지하는 공격성 혈액암으로, 여러 차례 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다. 그러나 CAR-T 치료 도입 이후 2차 이상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도 완전관해율 40~50%, 장기 생존율 30~40%가 보고되면서 기존 치료로 한계가 있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채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하는 맞춤형 치료법이다. 1회 투여로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지만, 특수 인프라와 급여 기준, 제조·이송 기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최근 국산 1호 CAR-T 치료제(큐로셀 '림카토')의 상용화가 가시화되면서 치료 접근성 확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병수 교수를 만나 CAR-T 치료의 임상적 가치와 국내 치료 환경, 국산 치료제 상용화가 가져올 변화 등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지난달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두 차례 실패한 재발·불응성 DLBCL 환자에게 은평성모병원 최초로 CAR-T 세포치료를 시행했다. 은평성모병원 혈액병원은 누적 조혈모세포이식 630례, 연간 100건 이상의 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김병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가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CAR-T 세포치료의 임상 현황과 국산 치료제·인프라 확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8.27 (사진=서정필 기자)Q. 기존 치료법 대비 CAR-T 세포치료의 임상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AR-T 치료는 림프종, 다발골수종, 일부 백혈병 등에서 연구와 적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대표적 적응증은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과 25세 이하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ALL)이다. 2차 이상 치료 후에도 재발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DLBCL 환자의 경우 기존 치료법으로는 기대여명이 매우 짧은 경우가 많았다. 반면 CAR-T 치료제를 투여하면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4~5년 이상 장기 생존이 보고되고 있다.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표준요법과 비교해 환자 3명 중 1명에게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크다."
Q. CAR-T는 개인 맞춤형 치료법이다. 전체 치료 과정과 소요 기간은 어떻게 되나.
"CAR-T 치료는 크게 세포 채집, 유전자 조작 및 배양을 포함한 제조, 전처치 및 투여·회복 단계로 나뉜다. 환자의 T세포를 채집하는 데 하루 정도가 걸리고, 이를 동결해 제조시설로 보낸 뒤 유전자를 조작·배양해 치료제로 제조하고 다시 병원으로 들여오는 데 약 3주가 소요된다. 이후 환자에게 치료제를 주입한 뒤에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신경독성 등 발생 가능한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회복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이 약 3주인데, 전체 치료 과정은 대체로 5~6주 정도 걸린다. 치료 후 일정 기간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가 이어질 수 있어 퇴원 이후에도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
Q. 환자들은 급여에 관심이 많다. 해외와 국내 급여 적용 기준에 차이가 있나.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1차 치료 실패 후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2차 치료 단계부터 CAR-T 사용과 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국내는 현행 기준상 2회 이상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3차 치료 단계에 급여가 집중돼 있다. 재발성 림프종은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환자의 전신상태와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 관점에서는 2차 치료 단계에서 CAR-T를 보다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예후에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과 제도적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급여 기준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Q. CAR-T 치료를 하려면 의료기관도 필요한 전용 인프라를 갖추어야 하는데.
"CAR-T 치료를 시행하려면 첨단재생의료 관련 기준에 맞는 시설과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 세포 채집 및 처리 시설, 극저온 보관 장비, 해동·주입 시스템 등 특수 설비가 필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할 전문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은평성모병원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과의 연계 진료 시스템과 조혈모세포이식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CAR-T 치료체계를 구축했다. 현대 의학에서는 특정 의료진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인프라를 통해 치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10~15개 의료기관에서 CAR-T 치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관련 인프라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Q. 국산 1호 CAR-T 치료제 상용화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부터 이뤄질 것 같다. CAR-T 인프라 확산이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외산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 '킴리아(Kymriah, 티사젠렉류셀·tisagenlecleucel)'다. 이 치료제는 국내에서 채집한 환자 세포를 해외 제조소로 항공 운송한 뒤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제조와 운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물류 부담도 발생한다.
그러나 큐로셀의 '림카토(Lymkato, 안발셀·anbal-cel, 안발캅타진 오토류셀·anbalcabtagene autoleucel)'와 같은 국산 CAR-T 치료제가 국내 제조시설을 기반으로 상용화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해외 냉동 운송 과정이 생략되면서 제조·운송 기간을 줄일 수 있고, 병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환자에게 보다 적기에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가장 적절한 시점에 CAR-T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국산 치료제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전국의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가 고르게 확대된다면 수도권과 지역 간 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난치성 혈액암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