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가 임신 중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임신부 예방접종은 매우 중요하다. 임신부 본인의 선청성 질환 예방은 물론, 태아와 신생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신부 예방접종은 신생아 예방접종에 비해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임신 중에는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병에 취약해지고, 풍진·수두·거대세포바이러스(CMV)·헤르페스 등은 태아에게 청각 손실, 발달 지연, 기형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임신부 예방접종은 산모와 아기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독감에 감염된 임신부는 고열 및 호흡곤란과 폐렴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고, 태아는 조산이나 신경 발달 이상에 노출된다. 한정열 교수에게 임신부 예방접종이 왜 중요한지 들어보았다.
◆ 임신 중에 맞아야 할 예방접종
전문가들이 임신부에게 반드시 권고하는 백신은 독감,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코로나19 백신이다. 독감 백신은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접종할 수 있다. 산모의 합병증을 예방할 뿐 아니라 태아에게 전달된 항체가 생후 6개월 동안 신생아를 보호한다.
백일해(Tdap) 백신은 임신 27~36주 사이, 특히 27~32주에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정열 교수는 "이 시기에 접종하면 태반을 통해 항체가 아기에게 전달돼 백일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며 "매 임신마다 접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접종이 가능하며, 산모의 중증 위험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B형·A형 간염, 폐렴구균, 수막구균 백신은 필요 시 접종 가능하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임신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임신 전에 맞아야 할 예방접종
반면 MMR(홍역·볼거리·풍진)과 수두 백신 같은 생백신은 임신 중 금기다. 이들 백신은 반드시 임신 최소 1개월 전이나 출산 직후에 접종해야 한다.
가임기 여성은 임신을 계획하기 전 반드시 풍진과 수두에 대한 면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면역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 초기 감염이 발생하면 태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풍진은 임신 초기에 감염될 경우 선천성풍진증후군(CRS)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청각 손실, 백내장, 선천성 심장기형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접종하면 약 97% 풍진 예방이 가능하지만, 생백신이므로 임신 중에는 접종할 수 없으며 반드시 임신 최소 1개월 전에 접종해야 한다.
수두 역시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피부 반흔, 팔다리 기형, 중추신경계 이상 등 선천성수두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수두 백신도 생백신이기 때문에 임신 전 접종이 필요하며, 접종 후 최소 1개월 동안은 피임을 해야 안전하다.
거대세포바이러스(CMV)는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청각손실, 발달지연, 뇌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예방 백신은 없어, 철저한 위생 관리가 유일한 예방법이다. 특히 기저귀 교환이나 소변·타액 접촉 시 손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식기 헤르페스는 가임기 여성에게 흔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산모가 초감염일 경우 태아 전파율이 최대 50%에 달한다. 신생아가 감염되면 뇌염, 폐렴, 간염 등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임신 36주부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필요 시 제왕절개를 통해 신생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진료실을 찾은 임신부에게 필수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예방접종 안전성과 부작용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임신 초기에 풍진이나 수두와 같은 생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선천성풍진증후군 사례가 보고된 바는 있으나 임신중절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예방접종의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하다. 접종 부위 통증, 미열,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 1~2일 내 사라진다. 한정열 교수는 "아주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과 비교하면 백신의 이득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 전 철저한 예방접종과 감염 관리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며 "가임기 여성은 반드시 면역 상태를 확인해 필요한 예방접종을 사전에 완료하고, 임신부는 의료진과 상담해 맞춤형 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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