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가 시설폐쇄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안성복지신문=박우열 기자]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의 성폭력 범죄가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서 관리·감독 주체인 안성시의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설 폐쇄 여부를 놓고 입소자 가족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처벌 요구와 동시에, 시설 폐쇄 시 발생할 입소 장애인들의 거취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
문제의 종사자 A씨는 안성시 소재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며 2022년 7월 30대 여성 장애인을 상대로 수차례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 6년형이 확정되면서 법정구속됐다.
시설 측은 사건 당시 해당 종사자의 부적절한 문자를 확인한 즉시 112에 신고하고, 종사자는 다음 날 바로 사직 처리하는 등 초기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안성시 담당 부서에 유선 보고를 하고 운영위원회와 인권지킴이단 등에도 관련 사실을 알리는 등 자체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설 측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관계 기관으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하다가 올해 1월 법정구속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관리·감독 체계의 공백을 지적했다.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설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입소자 부모 6~7명이 안성시청을 찾아 시설 폐쇄에 반대하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들은 “시설이 문을 닫으면 30여 명의 장애인들이 당장 갈 곳이 없다”며 “생활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더 큰 혼란과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29명의 종사자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시설 종사자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1차 위반만으로도 시설 폐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폐쇄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입소자 보호와 생활 안정 등을 고려한 행정적 판단의 여지는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시설장 교체나 운영 개선 명령 등 단계적 조치를 통해 재발 방지와 입소자 보호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중증 장애인들의 특성상 장기간 생활해 온 환경을 갑작스럽게 떠나야 할 경우 심리적 불안과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괄적인 폐쇄 조치는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성시 관계자는 “사건을 제때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관리 체계의 미비를 인정하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히 시설 존폐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관리·감독 시스템 전반의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는 별개로, 남아있는 입소 장애인들의 삶과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행정 판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장애인 거주시설의 현실 사이에서, 피해자 보호와 입소자 삶의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행정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