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전문점의 메뉴 가격은 그대로 두고 무게를 줄이는 꼼수 인상 '슈링크플레이션' 견제를 위해 중량 표시 제도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치킨집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정부가 식품·외식 분야에 만연한 '용량꼼수'를 공식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대대적 대응책을 내놨다.
정부는 식품·외식 분야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용량꼼수(슈링크플레이션)'를 근절하기 위해 치킨업계를 시작으로 강력 대응에 나선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량만 줄이는 숨은 가격 인상 방식이 소비자 기만은 물론 민생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온 만큼, 체계적 감시와 제도적 규율을 식품·외식업 전 영역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5개 부처는 합동으로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외식업에 처음으로 중량표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치킨부터 중량 공개 의무화"
그동안 가공식품과 일상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중량 감소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행위가 규제돼 왔으나, 외식업 분야는 제도적 감시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가격은 유지하면서 치킨 한 마리의 양을 줄이거나 구성품을 축소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선 것이다.
식약처는 이달 15일부터 치킨 중량표시제를 도입한다.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 소속 약 1만 2,560개 가맹점부터 적용되며, 메뉴판·배달앱·웹페이지 등에 '조리 전 총 중량'을 g 또는 '호(마리 단위)'로 표시해야 한다.
다만 자영업자의 메뉴판 교체 부담 등을 고려해 내년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이후 미이행 시에는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를 부과한다.
정부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본부 차원의 관리 역량이 충분해 제도 정착에 용이하다"며 대형 가맹본부 중심의 1단계 적용을 결정했다. 향후 적용 업종 확대 여부도 검토한다.
소비자도 참여하는 감시 체계...5대 치킨 브랜드 정기 조사
정부는 소비자 참여형 감시체계를 함께 구축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내년부터 BHC·BBQ·교촌·처갓집·굽네 등 5대 치킨 브랜드를 분기별 표본 구매해 중량·가격 변동을 공개한다.
또한 연내 협의회 홈페이지에 '용량꼼수 제보센터'를 열어 소비자의 제보를 접수하고, 검증된 사례는 즉시 공개하거나 유관 부처에 통보해 제재로 이어지도록 할 예정이다.
가공식품 감시도 강화...중량 줄이면 '품목제조중지' 가능
가공식품 분야 감시망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은 19개 식품 제조사와 8개 유통사로부터 중량 정보를 받아 ▲5% 초과 중량 감소 여부 ▲소비자 고지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정보 제출 기업을 확대하고 식약처는 제재 수위를 '품목제조중지명령'까지 높여 용량꼼수에 강경 대응한다.
또한 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는 제보가 많거나 소비량이 높은 주요 가공식품에 대해 브랜드별 중량·가격·원재료 비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다.
민관 협의체 출범...업계 부담 최소화 지원 병행
정부는 이달부터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공식품 제조기업과 함께 '식품분야 민·관 협의체(가칭)'를 구성한다. 해당 협의체는 용량꼼수 근절과 식품 물가 안정 방안을 논의하고, 외식업 중량표시제 도입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정부는 사업자 대상 홍보·교육·가이드라인 제공 등을 병행해 "몰라서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숨은 가격 인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정부, 소비자주권 강화 선언
관계부처는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소비자 기만이자 민생 부담 요인"이라며 "정책 역량을 모아 소비자주권을 강화하고 식품·외식업 전반의 가격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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