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국내 3대 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일제히 AI 역량을 갖춘 젊은 리더를 전면 배치하며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사진은 왼쪽부터 삼성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삼성·SK·LG 제공)[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삼성·SK·LG 등 국내 3대 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일제히 AI 역량을 갖춘 젊은 리더를 전면 배치하며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경영 민첩성과 실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체질 개선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한국 대기업 인재 전략의 대전환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인사의 중심에는 'AI 중심 경영체제 구축' 기조가 자리했다. 40대~초50대의 전문성을 갖춘 리더들이 핵심 보직에 속속 발탁되며, 기술사업화 속도가 기업 생존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확인시켰다. 디지털 경쟁력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또한 인사 방향에 깊이 반영됐다.
삼성은 특히 시스템 반도체와 AI 반도체에서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HBM과 파운드리 관련 핵심 역량을 지닌 인물들이 전면에 기용되며 기술 리더십 공고화에 나섰다. 스마트폰·로보틱스 등 AI 기반 신사업 역시 기술 중심 리더십을 강화해 이재용 회장이 강조해온 'AI 초격차' 구상을 현실화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SK는 현장 중시·실행 중심 리더십을 더욱 앞세웠다. SK는 올해 85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으며, 이 중 60% 이상이 40대다. 최연소 신규 임원은 SK텔레콤에서 AT/DT 조직을 이끄는 1983년생 안홍범 임원이다. SK는 "작고 강한 조직"을 기조로 중간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고 속도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확고히 하고 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하며 R&D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G는 AI·전장 중심의 제조혁신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및 모빌리티 전장 사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기술·국제 감각 중심의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효율·역동성 강화라는 방향성 아래 내부 조직문화의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산업 패권을 결정할 '사전 포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AI 반도체, 플랫폼, 전장 등 미래 주력 분야에서의 전략적 인재 확보 경쟁은 향후 국가 경쟁력에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속도전 인사에 따른 내부 갈등 최소화, 조직 안정성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AI 사용 확대에 따라 윤리·보안 체계 마련 또한 리더십의 핵심 책임으로 떠올랐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술 전환이 곧 시장 지위 변화를 결정하는 시대에 대기업들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을 지속할 수 없다"며 "인재혁신을 기반으로 한 전략 실행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삼성·SK·LG의 이번 인사는 생존 전략에 기반한 결정이다.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미래형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글로벌 경쟁 질서 재편의 중심에 설 기업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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