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유통 뿌리 뽑는다...사이트 개설만 해도 '강력 처벌'. 사진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장관이 불법 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피해자의 고통을 돈벌이로 삼아온 불법촬영물·성착취물 사이트를 뿌리째 끊기 위해 정부가 처벌과 수사, 자금 차단을 아우르는 강도 높은 대응책을 꺼냈다.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를 독립적인 범죄로 처벌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한편,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 도입까지 검토한다. 광고와 운영계좌를 차단해 불법촬영물 유통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대책도 추진한다.
성평등가족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과 함께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에서 확정한 '불법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확보한 불법사이트 3만4628개의 피해 규모와 운영 형태, 수익 구조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기존 삭제 지원을 넘어 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3만4628개 분석했더니 6683개 여전히 접속
정부가 분석한 3만4628개 사이트 가운데 6683개(19.3%)는 여전히 접속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 가운데 3832개는 별도의 우회 접속 없이 국내 인터넷망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망으로 접속할 수 있으면서 배너광고가 게재된 1674개 사이트에서는 도박·성매매 등을 홍보하는 광고 4만686개가 확인됐다. 2021년 이후 경찰이 검거한 27건, 126개 불법사이트의 수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사이트의 주요 수익원인 배너광고 규모는 304억원에 달했다.
불법촬영물과 성착취물이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늘어난 방문자가 다시 광고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정부는 피해자의 영상이 불법사이트 운영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연결고리를 끊는 데 대응 역량을 집중한다.
사이트 개설도 정범 처벌...특별수사팀 신설
처벌 수위도 높인다. 정부는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를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한 독립 범죄로 규정하는 법 개정을 검토한다. 사이트 개설자를 단순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 범죄 유통 기반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에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도 신설한다. 운영자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동시에 서버 등에 남아 있는 원본 데이터를 삭제해 피해 영상이 다시 퍼지는 경로를 차단한다.
수사기관이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확보하고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 호주와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능동적 방어 제도를 참고해 불법 콘텐츠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피해를 보다 신속하게 중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광고 막고 운영계좌 묶어 '돈줄' 차단
불법사이트의 핵심 수익원도 정조준한다. 정부는 불법촬영물 등을 유통하는 사이트에 도박·성매매 배너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
불법사이트 운영에 사용된 계좌에는 고객확인제도를 활용해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콘텐츠 유통을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광고로 수익을 거둔 뒤 이를 다시 사이트 운영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자금 단계에서 끊겠다는 것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대한 압박도 강화한다. 반복적으로 삭제 요구에 불응하는 불법사이트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한국인 피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전달 체계를 마련한다. 해당 사이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호스팅·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에는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서비스 중지를 요청하는 공식 공문을 발송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한다. 자신의 플랫폼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의심되는 콘텐츠가 발견될 경우 이용자 ID와 IP 주소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도메인 바꿔도 AI로 추적...긴급 차단 수단 강화
사이트가 차단될 때마다 도메인을 바꿔 다시 등장하는 '도메인 셔틀링'에도 AI 기술을 활용한다. 정부는 사이트 간 유사도와 불법성을 분석해 신속한 차단으로 연결하는 AI 기반 불법사이트 전 주기 대응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수집한 불법·유해사이트 정보도 공유받아 불법성을 확인한 뒤 차단한다. 스팸문자 키워드 필터링 체계를 구축해 불법사이트 정보가 문자메시지로 퍼지는 단계에서 사전에 막고 관련 전화번호의 이용을 정지하는 대응도 강화한다.
삭제 요구에 지속해서 응하지 않는 사이트를 빠르게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도 마련한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 차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긴급 차단 요구권'을 도입하고, 동일·유사 사이트는 기존 심의를 활용해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한다.
예방교육·국민 제보 확대...피해자 중심 대응체계 구축
정부는 불법사이트 접속과 이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국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거나 불법사이트를 제보할 수 있는 창구도 확대한다. '디지털 성범죄STOP 통합누리집'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을 활용한 국민 소통 창구를 상시 운영한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에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한다. 초·중등학교 현장 지원단을 통해 학교 안의 불법촬영 취약 공간을 점검하고 학교별 상황에 맞는 예방교육과 캠페인도 지원한다.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와 매달 개최하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대책 이행 상황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접수와 삭제 명령, 사업자 제재, 예방적 감독권 등을 포괄하는 피해자 중심 통합 대응체계와 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피해자의 성착취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 수익 차단, 운영자 검거를 위한 집중 수사, 처벌 강화 등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피해자 지원과 유통 방지, 삭제·차단, 수사 등 전 단계에 걸친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디지털 성착취물 사이트 배후의 불법 수익 생태계 전체를 겨냥한 수사를 통해 범죄 구조를 와해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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