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장례식장이 유족의 동의 없이 조문객이 보낸 화환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으며, 이용시설과 이용료, 장례의식 내용 등에 대해 계약 전 미리 설명해야 한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소비자경제] 김영빈 기자 =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서 화환 처분과 예상치 못한 비용 문제까지 감당해야 했던 유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장례식장 이용 기준이 달라진다.
앞으로 장례식장은 유족의 동의 없이 조문객이 보낸 화환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으며, 계약을 맺기 전에 이용시설과 이용료, 장례의식 내용 등을 소비자에게 미리 설명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족의 동의 없이 장례식장이 화환을 임의로 처분하는 관행을 막고 외부 음식물 반입 기준과 장례비용 사전 설명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장례식장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를 반영해 한국장례협회의 표준약관 심사 청구를 받아 추진됐다.
"화환은 유족의 것"...임의 처분에 제동
기존 표준약관에는 조문객이 보낸 화환의 소유권과 처리 방법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장례식장이 유족의 화환 처분을 제한하거나 장례식장과 협력관계에 있는 특정 업체에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요구하는 등 화환 처리 과정에서 분쟁이 이어졌다.
개정 표준약관은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의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이 화환을 처리하려면 이용자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유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장례식장이 화환을 자체적으로 처분하는 관행을 막을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 셈이다.
과일·음료는 반입 가능...외부 음식 기준도 손질
외부 음식물 반입을 둘러싼 기준도 구체화됐다. 기존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일부 장례식장이 외부 음식물 반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 왔다.
개정 표준약관은 식중독 등 위생사고 예방을 위해 외부에서 조리한 음식물의 반입은 원칙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과일과 음료, 주류 등 조리하지 않은 음식물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외부에서 조리한 음식이라도 장례식장 사업자와 이용자가 사전에 협의하면 예외적으로 반입할 수 있다.
다만 사업자와 사전 협의 없이 외부에서 조리한 음식물을 반입해 식중독 등 위생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면서 위생사고에 대한 책임 기준도 함께 명확히 한 것이다.
"1000만원이라더니 1600만원"...장례비 미리 알려야
장례비용에 대한 사전 설명 의무도 명문화됐다. 장례는 갑작스럽게 치르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여러 장례식장의 가격과 서비스를 충분히 비교하기 어렵다. 장례 절차가 이미 진행된 이후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을 확인하더라도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계약 조건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국민신문고에는 최초 상담 당시 장례식장 측이 비용을 최대 1000만원 정도로 안내했지만 최종적으로 1600만원이 청구됐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유족 입장에서는 슬픔 속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예상보다 크게 불어난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개정 표준약관은 이용료 구성 항목을 시설임대료와 장례 관련 수수료, 장례용품비, 청소·관리비 등으로 구체화했다. 아울러 장례식장 사업자가 계약 체결 전에 소비자에게 이용시설과 이용료, 장례의식 내용을 설명하도록 명시해 소비자가 전체적인 비용과 서비스 내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약관을 누리집에 게시하고 사업자단체 등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 장례식장의 사용을 권장할 예정이다. 이번 약관 개정으로 갑작스러운 장례 과정에서 소비자가 겪었던 화환 처분과 음식물 반입, 비용 관련 분쟁을 줄이고 유족의 선택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한층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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