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가 제정돼 여행사-대리점 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공정 관행을 예방하는 등 대리점 영업 안정성 보장을 위한 표준 규범이 마련됐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여행사 부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그동안 불투명하던 여행사-대리점 계약 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여행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대리점의 영업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행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새롭게 제정했다. 이번 조치는 여행사와 대리점 간 거래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여행상품을 기획·공급하는 여행사와 이를 위탁받아 판매하는 대리점 간 거래에 적용할 표준계약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여행업은 2016년 대리점법 시행 이후 식음료, 의류, 통신 등에 이어 19번째로 표준대리점계약서가 도입된 업종이다.
여행업계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함께 매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며 대리점 기반의 위탁 판매 비중이 커진 분야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하나투어, 롯데관광개발, 롯데제이티비, 교원투어, 한진관광 등 5개 여행사와 거래하는 1089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불공정행위 경험과 거래 구조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후 업계 의견수렴과 문화체육관광부 협의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확정했다.
여행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주요 내용. (공정위 제공)이번에 제정된 표준대리점계약서는 총 21개 조, 68개 항으로 구성되며 거래관계의 투명성 제고와 불공정 관행 개선, 대리점주의 권익 보호에 중점을 뒀다. 관광상품의 범위, 위탁업무 내용, 여행사와 대리점의 권리·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특히 현지 행사 진행 등 여행사 고유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여행사의 배상 책임을 명시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수수료 관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판매수수료는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종류와 산정 기준, 지급 절차 등은 부속약정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대리점에 불리한 약정을 강요하는 행위도 제한했다.
시설 기준과 인테리어와 관련해서는 여행사가 정한 최소 기준을 따르도록 하되, 특정 시공업체 강요는 금지했다. 또한 시공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재시공을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해 과도한 비용 부담을 차단했다.
불공정 행위 방지를 위한 내용도 대폭 강화됐다. 대리점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 강요, 판매목표 일방적 부과, 경영 간섭, 보복 조치, 허위·과장 정보 제공, 대리점 단체 설립 방해 행위 등이 금지된다. 부속약정서의 잦은 변경으로 대리점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교부 후 최소 2개월이 지나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 안정성 측면에서는 계약 갱신 요청권을 최초 계약일부터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보장하고, 계약 만료 60일 전까지 여행사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기존 조건으로 자동 연장되도록 했다. 중도 해지의 경우에도 2회 이상 시정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으며, 즉시 해지 사유는 영업 폐지, 부도, 파산 등으로 제한했다.
공정위는 "이번 표준대리점계약서가 여행업계의 분쟁 예방과 상생 문화 확산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계약서 사용을 적극 홍보하고, 향후에도 새로운 업종에 대해 실태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표준계약서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를 통해 여행사와 대리점 간 불신 구조가 완화되고, 안정적인 거래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리점 중심 유통 구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표준계약서 도입은 여행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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