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서울 강남의 한 치과에서 약 7개월 사이 환자 2명이 숨진 사건은 우리나라 환자안전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관할 보건소는 사고 사실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해도 의료기관의 자율보고에 의존하는 현행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됐다.
국회 국정감사 내용을 보면 해당 치과는 최근 3년간 119구급대가 22차례 출동했고, 이 가운데 13명이 응급실로 이송됐다. 관할 보건소가 두 차례의 환자 사망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사고 발생 후 각각 27일과 11일이 지난 뒤였다. 두 건 모두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두 사망사고 모두 국가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KOPS)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제도적 허점에 있다. 현행 환자안전법에 따른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은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과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의무보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율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고를 별도로 모니터링하는 절차도 없다고 밝혔다.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도 의료기관이 보고하지 않으면 국가 환자안전 관리체계에서 누락되는 구조다.
환자의 알 권리도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사망 환자의 유가족은 인터넷에 게시된 의료기관의 홍보 내용을 믿고 병원을 선택했지만, 과거 사고나 안전 관련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해당 치과는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뒤 홍보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의료기관은 홍보에 열을 올리는데 환자가 정작 알아야 할 안전정보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수면마취와 침습적 시술 등 위험을 동반하는 의료행위가 폭넓게 이뤄진다. 의료기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중대사고 보고 의무를 면제하는 것은 환자안전이라는 제도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 적어도 사망이나 중대한 위해사고만큼은 의료기관 규모와 관계없이 신속히 보고하고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남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대사고 보고체계 확대와 관계기관 합동점검, 수면마취 안전기준 마련, 의료사고 위험정보 연계 등 네 가지 제도개선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의료계도 지나치게 낮은 진료비를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광고와 이른바 '공장형 진료' 문제를 제기하며 의료인 단체의 자율징계권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는 의료광고 관리와 의료계의 자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국회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중대한 위해사고를 의무보고 대상에 포함하고,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가 파악한 사고 정보도 국가 환자안전 관리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수면마취 등 고위험 시술의 안전기준을 정비하고 의료기관의 안전 관련 정보를 환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의료과실 여부는 수사와 전문적인 검증을 통해 밝혀질 문제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국가 환자안전 관리체계에서 누락되고 보건당국마저 뒤늦게 인지한 사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환자안전은 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