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서로 다른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을 함께 사용하는 항암 병용요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10월부터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파드셉'과 한국MSD의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급여화한다. 두 약물의 병용은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전체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바탕으로 허가와 급여 절차를 밟았다.
환자에게는 반가운 변화다. 기존에는 '키트루다'의 건강보험 적용이 1차 치료 실패 이후로 제한됐지만, 이번 결정으로 요로상피암 환자는 첫 치료 단계부터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치료를 급여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진행 속도가 빠른 암에서 처음부터 효과가 입증된 치료조합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두 약물의 주인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각 제약사가 보건당국과 개별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복지부도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상황에서 각각의 협상을 거쳐 합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례를 토대로 서로 다른 신약 간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항암치료는 서로 다른 작용기전의 약물을 함께 사용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평가와 약가협상은 여전히 개별 약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 회사와의 협상이 늦어지거나 결렬되면 병용요법 전체의 급여가 지연될 수 있다.
그렇다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만 앞세워 급여 문턱을 무조건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례처럼 병용요법 자체의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에도 건강보험은 그 효과에 따른 재정부담을 따져야 한다. 심평원도 신약 급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뿐 아니라 비용효과성과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한다. 제한된 재원을 효과가 더 큰 치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절차다.
특히 서로 다른 회사의 고가 신약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에서는 평가 단위부터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개별 약제의 가격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병용 전체가 기존 치료보다 얼마나 더 생존율을 높이는지, 추가되는 총비용은 얼마인지 등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급여된 약과 신규 신약의 병용이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으면 다국적 제약사들이 병용요법을 자사 제품의 급여시장 진입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유인은 커질 수 있다. 임상적 가치가 충분한 조합이라면 정당한 시장 진입 방식이 될 수 있지만, '환자 접근성'이라는 명분이 앞서면 면밀한 검증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약사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한다. 두 회사가 하나의 치료조합을 구성한다면 급여 이후 발생하는 재정위험을 각 제약사가 어떻게 분담할지, 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예상보다 환자 수가 늘거나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상기간을 단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출 일이 아니다. 병용요법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했을 때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사용량·치료기간·재정지출 등도 당초 예상을 빗나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된다. 특히 재정의 상당 부분은 항암제와 같은 고가 약물의 급여에 사용된다. 반면, 상당수 항암제의 생명연장 효과는 수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이는 병용요법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단독요법 대비 추가 생존이득이 제한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과 같은 병용요법 건보 적용은 더욱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파드셉+키트루다' 급여적용은 암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의미있는 생명연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건강보험이 새롭게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