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부담금' 부과 제외기간을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식약처가 지난달 21일 입법예고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은 현행 2026년 12월 23일까지인 부담금 부과 제외기간을 2028년 12월 23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치료에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제조업자 등이 생산을 기피하는 의약품이다. 식약처는 이번 개정 이유에서 제조업자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낮은 의약품을 계속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규제 비용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현행 규정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기본부담금을 산정할 때 퇴장방지의약품의 생산액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조치는 2024년 12월 도입됐으며 당시에는 시행일부터 2년 동안만 효력을 갖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 유효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번 조치만 놓고 보면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가 내놓은 의약품 수급안정 정책 전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포함한 의약품 수급안정 대책을 대폭 손질했다. 채산성이 낮은 의약품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보다 쉽게 지정할 수 있도록 지정기준을 10% 상향하고 국가필수의약품 등에 대한 직권 지정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보상체계도 손봤다. 원료 가격 인상분을 신속하게 반영하고 시설투자비와 초과근무 비용 등을 원가 산정에 포함하는 한편 최대 10%의 정책가산을 신설하기로 했다. 퇴장방지의약품 공급 비중이 높은 업체는 '수급안정 선도기업'으로 지정해 별도의 약가 우대도 제공한다.
원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품목, 항생제 주사제와 소아용 의약품처럼 생산기반 유지가 필요한 약제에는 68% 수준의 약가 우대를 적용하고 10년 이상의 우대기간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공급불안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 합동으로 수급 상황을 미리 살피고 원인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식약처의 이번 부담금 부과 제외기간 연장은 이런 수급안정 정책에 규제비용 경감이라는 장치를 하나 더 보태는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여러 대책을 한꺼번에 내놓은 것은 의약품 공급중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생산·수입·공급이 중단된 보고대상 의약품을 의료진이 처방하거나 조제할 경우 DUR 팝업으로 알리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공개한 심평원 DUR 자료를 보면 2025년 생산·수입·공급 중단이 보고된 의약품 수는 2월 30개 품목을 비롯, 8월 5개 품목, 10월 10개 품목, 12월 9개 품목 등 연중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런 관리대상에는 퇴장방지의약품처럼 공급이 중단될 경우 진료 현장에서 대체가 쉽지 않은 의약품도 포함된다. 공급이 끊기면 의료기관은 다른 약을 찾아 처방을 변경해야 하고 약국도 대체 조제 여부를 살펴야 한다. 대체할 품목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 부담은 결국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퇴장방지의약품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는 채산성이었다. 아무리 필요한 약이라도 생산할수록 손해가 발생한다면 민간 제약사에 지속적인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올해 퇴장방지의약품 지원책을 대폭 늘린 것도 이런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판단하기에 이른 면이 없지 않다. 원료가격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최대 10%의 정책가산이 생산을 유지할 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장기 약가 우대가 생산중단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지, 퇴장방지의약품의 공급중단 사례가 얼마나 줄었는지, 공급중단 기간은 얼마나 짧아졌는지, 의료기관과 환자가 필요한 약은 제때 공급되고 있는지 등 실질적인 변화를 평가하는 일은 이제부터다.
정부가 공들여 마련한 대책들이 오랫동안 필수의약품 공급을 가로막아 온 '채산성의 벽'을 낮추는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