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 소요시간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임상시험계획 승인 전에 사전검토를 받아 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 정식 승인 단계에서 같은 내용을 다시 장기간 검토하지 않고 처리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상시험계획 또는 변경계획에 대해 사전검토 결과 적합 통지를 받은 경우 법정 처리기간을 현행 30일에서 10일로 줄일 수 있다. 의견수렴 기간은 오는 10월 21일까지다.
이번 조치는 신약 허가 심사기간 자체를 줄이는 제도는 아니다.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위한 계획 승인 단계에서 이미 검토가 끝난 자료를 다시 반복 심사하는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임상시험 착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신약 개발에서 일정 지연은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임상시험 개시가 늦어지면 환자 모집과 시험 종료, 허가신청 일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는 몇 주, 몇 달의 차이가 개발 경쟁력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 기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자료의 중복 제출과 행정절차에 따른 대기시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식약처도 사전검토 제도를 통해 개발 초기부터 품질·비임상·임상 자료에 대한 규제기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사전검토 결과를 실제 처리기간 단축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방향은 타당하다. 한번 충분히 검토해 적합하다고 판단한 자료를 정식 신청 단계에서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반드시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복 심사를 줄여 새로 검토해야 할 자료와 위험도가 높은 사안에 심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규제의 효율성과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신속화가 검증 완화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의약품을 사람에게 투여하는 과정이다. 사전검토 이후 임상시험계획에 중요한 변경이 생기거나 새로운 안전성 정보가 추가됐다면 충분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처리기간을 줄인다는 이유로 필요한 검증까지 생략해서는 곤란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검토 단계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어떤 자료를 어느 수준까지 검토했는지 명확히 기록하고, 정식 승인 단계에서 다시 확인할 사항과 중복 검토가 불필요한 사항을 구분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심사 인력과 전문성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처리기간만 줄이고 인력과 조직이 그대로라면 현장의 업무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치료제 등 신약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규제기관에도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임상시험계획 승인기간 단축 외에도 의약품 행정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이 포함됐다.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유통 의약품의 회수계획서 제출기한 조정, 임상시험용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의 국제조화 등이 함께 추진된다.
규제혁신의 목적은 규제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검증은 엄격하게 유지하되, 불필요한 절차와 반복은 걷어내는 것이 제대로 된 규제혁신이다.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치료제 개발 속도는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다. 임상시험 진입이 빨라지고 개발 일정이 단축될수록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접하는 시점도 앞당겨진다.
신약 개발에서 속도와 안전은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아니다.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두 가지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이 심사를 단순히 빨리 끝내는 행정에 머물지 않고, 필요한 심사는 제대로 하면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규제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