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제일약품의 연구개발 분야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췌장암 치료제 '네수파립(Nesuparib)'의 임상 1b상 데이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암 학회인 '2026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 개최를 앞두고 초록을 통해 연구 내용의 일부가 사전 공개된 것이다. 1b상 전체 연구 결과는 오는 5월 29일~6월 2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SCO 2026에서 그 모습을 그러낸다. 비록 부분적인 내용이지만 전이성·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했다.
이번 데이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단연 치료 효과의 혁신성이다. 네수파립과 기존 표준치료제인 GemAbraxane 병용 투여군은 객관적반응률(ORR) 53.8%, 질병조절률(DCR) 92.3%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네파수립을 투여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군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가 사례가 확인됐다. 이 환자는 현재 3년 이상 장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췌장암에서는 단순 종양 감소보다 전체 생존율(OS)과 같은 생존지표가 더욱 중요한 임상적 평가 지표다. GemAbraxane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아직 질병이 진행(종양 부피가 증가)되지 않아 '도달하지 않음(NR, Not Reached)'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4.2개월로 집계됐다. 이 14.2개월은 지난 12월 말 기준 데이터로 초록에서는 미확정(immature)이며 지속 경과 관찰 중이라고 밝혀 향후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네수파립은 전이성 췌장암의 또 다른 대표적 치료법인 mFOLFIRINOX 병용군에서도 ORR 38.5%, DCR 92.3%, mPFS 7.33개월, mOS 18.5개월을 기록하며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 표준치료법들의 생존 기간(OS)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의료계는 기존 치료제로는 조절이 힘들었던 췌장암 환자에서의 질병조절률을 최대 2배(92.3%)까지 늘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췌장암 표준치료와 비교했을 때 그 임상적 가치가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전이성 췌장암 1차 표준치료로 사용되는 GemAbraxane 단독요법은 글로벌 임상(MPACT) 기준 ORR 23%, DCR 48%, mOS 8.5개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네수파립 병용요법은 기존 단독요법 대비 약 2배 수준의 반응률과 확연한 생존기간 연장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진단 후 1년 이내에 질병 진행을 겪는 췌장암의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네수파립의 성과는 국내 R&D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는 주로 복제약(제네릭)이나 개량복합제 수출로 버텨왔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선도자가 되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이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세계 최초 혁신 신약인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에 과감히 도전해야 할 때다.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은 독자적인 힘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상용화까지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임상 후기 단계로 갈수록 기업이 짊어져야 할 재정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자금난에 부딪쳐 중도 하차하는 유망 물질들이 부지기수다. 사전 공개된 초기 성과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돕는 촘촘한 신약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정부는 바이오헬스를 국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제는 그 약속을 실질적인 정책과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증명해야 한다. 혁신 신약 펀드의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임상 시험에 대한 세제 혜택도 늘려야 한다. 해외 규제기관의 승인을 돕기 위한 행정적·외교적 지원 체계도 상시 가동되어야 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메가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제2, 제3의 네수파립이 탄생할 수 있다.
이번 췌장암 초록 공개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의 도전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혁신 R&D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제약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