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우리나라 대장암 발생 환자 3명 중 1명은 75세 이상 고령층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이들은 늘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체력 저하와 부작용 우려, 임상데이터 부재라는 장벽에 가려 항암치료를 포기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75세 미만 환자의 88%가 항암치료를 받는 것과 달리, 고령 환자의 치료 비율은 그 절반 수준인 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고령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주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5개 병원 환자 1585명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특히 '고위험 3기' 고령 환자에서 항암치료의 실익이 가장 뚜렷하게 입증됐다. 고위험 3기 환자군이 항암치료를 시행했을 때 5년 전체 생존율(OS)은 78.6%로, 치료를 받지 않은 군(49.1%) 대비 무려 29.5%p나 향상되는 성과를 보였다. 완치 척도인 5년 무병 생존율(Disease-Free Survival) 역시 48.2%에서 69.3%로 20% 이상 크게 개선되었다. 이는 과학적 근거만 뒷받침된다면 고령 환자도 충분히 암을 극복하고 완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이번 연구는 초고령 사회 진입에 발맞춰 고령 결장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고령 환자에 대한 '일률적인 배제'가 아닌 '정밀한 분류'다. 연구 결과에서 보듯 모든 고령 환자에게 항암치료가 유효한 것은 아니다. 고위험 2기나 저위험 3기에서는 그 효과가 고위험 3기만큼 뚜렷하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나이라는 숫자 뒤에 숨은 암의 병기와 위험도를 면밀히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의료진의 사전 평가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면, 나이는 더 이상 치료를 가로막는 장벽이 아니라 고려해야 할 수많은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이는 고령 환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윤리적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다. 환자가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증된 치료 기회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존중받을 때, 비로소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신뢰가 깊어지고 치료의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전 세계 암 발생률 3위인 대장암은 매년 190만 명 이상이 진단받는 대표적인 암 질환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기회에 보건당국 역시 초고령 사회 진입에 발맞춰 고령 환자 맞춤형 항암 가이드라인을 세분화·표준화하고, 전문적인 다학제 진료 체계를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 의료 기술의 진보가 고령층의 생존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고령 사회가 완성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현장의 관행을 깨고 정책적 변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